2020년 4월 26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6 (2) : 트롤의 사다리를 따라 내려가다

어느새 버스 출발 시간이 되었고
기사 아저씨의 협박(?) 덕분에
다행히 이탈한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10분도 안되서
트롤의 사다리란 뜻의 트롤스티겐(Trollstigen)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놀라운 풍경을 만났다.

저 아찔한 지그재그 길이 트롤스티겐이다.
버스는 이 아찔한 길로 내려간다


트롤스티겐을 내려가던 중 버스에서 바라본 피요르드

U자 모양의 피요르드 계곡 속으로 절벽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마치 거대한 트롤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 같았다.
거기다 아찔한 절벽 맞은편의 U자형 피요르드는
우리가 동시에 우와하고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기사 아저씨가 트롤스티겐 전망대라고 했었는데
이 길을 내려다보는 곳이 있었나보구나;;;
밥만 먹고 전망대 찾아볼 생각을 안한게 후회됐지만
그나마 차에서 찍은 사진이 꽤나 잘 나온 편이라
아쉬움을 조금 덜 수는 있겠다.

게이랑에르에서 출발한지 3시간쯤 되었을 때
버스는 온달스네스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차를 기다리다보니
같이 버스를 타고 온 한국인 청년과 우리만 역에 남게 되었다.
평소같으면 남에게 말 잘 걸지 않는 우리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만난 동포에게야 예외 아닌가.
(물론 기차 출발 시각까지 기다리기 무료했던 것도 이유다. ^^;;;)
얘기를 하다보니 우리랑 3대 트래킹을 한 시점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우리는 13시간정도 걸린 트롤퉁가 트래킹을
(코스는 달랐어도) 불과 8시간만에 갔다왔다니
역시나 건장한 20대 청년은 다르구만.
(사실 그냥 우리가 저질 체력인 거겠지만)

여기 오던 중에 들른 전망대들에 대한 행운을 얘기했더니
이 청년 왈 한국어 안내서에 220번 버스에 대한 얘기가 있단다.
그래서 찾아보니 게이랑에르에서 트롤스티겐까지의 길은
노르웨이에서 골든 루트라고 부르는 곳,
노르웨이 여행의 정수와 같은 길이었던 거다.
3대 트래킹만 집중했지 다른 곳을 잘 알지 못했던 우리가
이 루트를 지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게이랑에르에 가자는 것도 베르겐에서 결정했었던 데다가
교통편 구하기가 힘들어 포기할 뻔 했다는 거까지 생각하면
어떻게든 가보자고 열심히 교통편을 찾아낸 아내에게 또다시 고마워지는 순간.

이 청년은 비싼 물가때문에 라면과 햄버거만 지겹게 먹고 있다기에
우리가 가진 즉석밥과 반찬류를 좀 나눠 줄까 했지만 사양했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기차 출발시간이 되었다.
같은 기차를 타지만 자리 탓에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최북단 노르드캅(Nordkapp)까지 간다는 그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잠시 거쳐갔던 온달스네스 역

온달스네스에서 출발한 기차는
1시간 반 좀 못되게 달려서 돔보스(Dombås)에 도착했고
10여분 기다린 뒤 트론헤임(Trondheim)행 기차로 갈아탔다.
돔보스에서 트론헤임까지는 2시간 반 거리.
그런데 우리 옆자리의 영감님...꾀죄죄한 행색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진동하는 술냄새가 뭔가 심상치 않다.
이윽고...아니나 다를까 가방에서 커다란 보드카 됫병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알아듣기 힘든 혀꼬인 발음으로 말을 거는데
괜히 시비 거시는 거 아닐까 긴장했다만
다행히 그냥 외국인 관광객이 궁금했던 술취한 영감님인 듯.
(사실 나중에 다른 승객들에게도 말 많이 걸더라.)
그런데 분명 영어긴 하지만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상대하기 편치는 않았던지라 슬그머니 식당칸으로 피신했다.


노르웨이 기차 식당칸

핫초코 한 잔 사서 자리로 돌아가니
영감님은 보드카를 홀짝거리시는 중.
사람들의 관심이 그리웠던 것 같은 영감님께는 죄송했지만
더 피곤하고 싶진 않아서 트론헤임에 갈 때까진 우린 자는척했다.
아 그리고 열차 승무원이 영감님 보드카는 더 못마시게는 했다. ㅋ

온달스네스에서 출발한 지 4시간반,
게이랑에르에서 출발한 지는 8시간만에 트론헤임에 도착했다.
게이랑에르는 갈 때나 떠날 때나 이동시간이 징하게 걸렸네.
물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지만.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5분.
Airbnb로 예약한 숙소는 하루만 묵고 가기에는 너무나 좋았다.
그 좋은 숙소에서 당장 내일 떠날 계획을 짜야하는 역설적 상황.
대충 저녁식사를 하고 어디로 갈 지를 정해보자.
여기서 더 북쪽으로는 보되나 로포텐 제도나 트롬쇠 등이 있다만
우리의 관심은 그보다 더 북쪽 스발바르로 향했다.
(참고로 트롬쇠는 인구 5만 이상의 도시중에 세계 최북단인 곳.)
스발바르가 워낙 머나먼 오지다보니 섣불리 가자고 말 못하고 있는데
이번 아니면 언제 또 가보겠냐며 저지르자는 아내의 말.
에이 모르겠다. 그래 가보자!

다만 스발바르는 오슬로나 트롬쇠에서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물리적 거리야 트롬쇠가 스발바르에 가기 훨씬 가깝다만
문제는 트론헤임에서 트롬쇠를 가는게 힘드네.
어쩔 수 없이 오슬로로 남하했다가 가는 경로로 가야겠다.
스발바르의 숙소 예약도 쉽지는 않았는데 애시당초 숙소가 많지도 않지만
그 와중에 여행 성수기 철이라 남은 숙소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 남은 곳으로 예약하자.

몸은 트론헤임에 있는데 정작 그 다음 일정이 더 기대되고 긴장된다.
지못미 트론헤임. 그래도 내일 잘 즐겨줄게.

2020년 4월 22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6 (1) : 220번 버스가 준 행운

오늘도 아침에는 느즈막히 일어났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구름 잔뜩이던 날씨였는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깨끗한 하늘이 드러났다.
어제까지 봤던 게이랑에르(Geiranger) 경치가 안이뻤던 건 아니지만
맑은 하늘 아래의 게이랑에르는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를 보자마자 떠나야하는 것이 마냥 아쉽다.


비록 마을에선 멀지만 경치 보기엔 최적이었던 우리 숙소

오늘은 트론헤임(Trondheim)까지 이동하는데 일정의 전부다.
우선 12시 반에 호텔 게이랑에르 앞에서 출발하는 220번을 탈 예정.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한 후 마을로 내려가자.

호텔 게이랑에르가 220번 버스의 종점이라 그런지
탑승한 승객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몇명 안되는 중에 한국인 청년이 한 명 있네.
(들고 있던 안내 책자로 알아볼 수 있었다. ㅋ)

버스는 마을을 지나 지그재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이윽고 외르네베겐(Ørnevegen)에 이르자
많은 관광객 차량들로 교통이 정체 되었다.
외르네베겐은 번역하면 독수리 길(Eagle road)로
게이랑에르 3대 전망대 중의 하나다.
(다른 두 개는 어제 우리가 갔던 달스니바와 플뤼달슈벳)
우리는 버스에서나마 구경을 해야지하고 있는데
버스가 전망대에서 정차를 한다. 여기도 정류장인가?
어라? 그런데 기사가 승객들에게 전망대에서 갔다오라고 한다!
이게 웬 횡재냐. 시외 노선버스가 이런 친절을 베풀다니.


외르네베겐에서 바라본 게이랑에르 피요르드
좌측이 게이랑에르 마을이다.



1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사진 찍기엔 충분했다.
어제 투어 버스를 달스니바와 플뤼달슈벳만 가는 거로 고른게 신의 한 수.
(물론 달스니바 전망대는 망했지만 OTZ)

다시 출발한 버스는 온달스네스(Åndalsnes)를 향해 달렸다.
언제나처럼 노르웨이 버스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10일 넘게 만나는 모습이지만 질리지도 않는다.




게이랑에르에서 출발한 지 두시간 쯤 되었을 무렵
버스는 휴게소에 멈춰서 승객들에게 30분의 시간을 주었다.
기사 아저씨는 여기가 트롤스티겐(Trollstigen) 전망대라고 하면서
만약 늦으면 자기는 떠날 거고
여기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 거라는 얘기를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다.
마침 점심을 먹어야하니 잘 됐다.
휴게소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케익 한 조각을 사자.
여기에 딸기 한 팩까지 샀더니 198 kr(약 28000 원).
그래도 이젠 물가에 조금은 적응 됐는지 그러려니 한다.


이게 2만원어치...



2020년 4월 14일 화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5 (2) :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멋진 Geiranger 경치

이윽고 도착한 플뤼달슈벳(Flydalsjuvet)에서는
다행히도 시야 가린 곳 없이
온전한 게이랑에르(Geiranger)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려다보이는 게이랑에르는 그야말로 절경.
노르웨이의 그 많은 피요르드 중에서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게이랑에르 아니던가.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어째 그래도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옆에 아가씨들이 자기들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아내가 (내가 안했다!) 찍어주고
그 덕분에 우리도 같이 나온 사진을 얻었다.


하지만 하필 아내가 눈을 감은 순간...

전망대 앞의 절벽에서는 아찔한 모습도 있었다.
무려 안전 펜스까지 넘어가서
낭떠러지 끝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었던 것.
뭐 쉐락볼튼이나 트롤퉁가도 비슷하게 위험했다만
그래도 거긴 넘어갈 담장이 없었잖아!...읭?
(사실은 그게 더 위험한 걸지도...)



플뤼달슈벳에서도 30분 정도 관람 시간을 가진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왔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보니 출출했던 우리는
마을에 있는 카페 올레(CaféOlé)로 가서
팬케익과 커피 한 잔씩을 주문했다.



배를 채우면서 얼마간 쉰 우리는
피요르드 계곡 바닷가를 따라 산책을 가보기로 했다.

십여분 찻길따라 걸어나와서
마을을 반대편에서 바라볼만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에 풀꽃들도 흐드러져서 더 흐뭇해진다.






분명 편하게 앉아있던 건데 사진은 뭔가 어색하게 나왔다

다시 숙소로 가서 저녁 먹고 쉬어야지.
어제처럼 폭포 옆 길을 따라 올라가자.
어제보다는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길에 사람이 좀 있다.


물살을 봐선 그럴 엄두가 안나는데
하는 놈들이 있으니까 이런 경고가 있겠지?

숙소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쉬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내일은 점심무렵에 버스타고 게이랑에르를 떠나겠구나.
이틀 내내 흐린 날씨가 아쉬웠는데 내일이라도 맑았으면...

2020년 4월 5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5 (1) : 야속한 Dalsnibba 산신령

어제 긴 시간 이동을 했다보니 피곤하긴 했다.
그래서 오늘 점심무렵까지는 숙소에서 푹 쉬자.
어제 내리던 약간의 보슬비는 다행히 그쳤지만
오후 일정이 투어 버스로 뷰 포인트를 들르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흐린 날씨가 조금 아쉽다.

숙소에서 쉰다고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게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앞으로의 여행 일정이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 여행지도 정해야하고
여행지가 정해지면 교통편, 숙박도 예약해야한다.
우선 게이랑에르에는 내일까지 지내기로 한 상황이고
그 뒤 트론헤임(Trondheim)에 가는 것까지는 정한 상황.
그럼 여기서 트론헤임은 어떻게 가나?
온달스네스(Åndalsnes)까지 버스를 타고 간 다음
거기서 트론헤임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면 되겠네.
버스표와 기차표 예매 고고~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이제 게이랑에르 마을 중심가 투어 버스를 타러 가자
아...물론 어제 갔던 그 길을 또 (30분간) 걸어가야 한다...OTZ


숙소 옆의 폭포

그래도 하루 자고 오전까지 쉬었던 덕인지
어제 저녁보다는 걷는게 덜 힘들다.
물론 내리막길인 덕도 있겠지.
숙소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지대인 게 불편도 하지만
그 유명한 게이랑에르 경치를 보기에는 더 없이 좋다.



마을로 내려오니 플롬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붐빈다.
바닷가의 캠핑장을 따라 걷다보니 빵집이 보인다.
어짜피 점심도 간단히 해결해야하니 여기 빵을 사볼까?
당근 케익 조각과 번, 크로와상 등을 득템.
맛은 고만고만...그래도 플롬 베이커리보단 낫더라.
오히려 불만(?)은 빵집에 파리가 너무 많더라는 것...;;;
사실 노르웨이와서 빵에 하도 실망했다보니
이젠 맛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

빵을 먹고 투어 버스를 타는 소방서 앞으로 향했다.
게이랑에르 사이트에 가면 여러가지 액티비티 예약이 가능한데
우리는 전망대 투어를 하는 버스를 선택했다.
이 부근의 유명한 전망대는 총 세 개가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달스니바(Dalsnibba) 산,
우리 숙소 바로 뒤편의 플뤼달슈벳(Flydalsjuvet),
그리고 완전 반대편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우리 말로 독수리 날개 전망대인 외르네스빙겐(Ørnesvingen)이다.
투어 버스는 2개를 골라가는 버스와 3개를 다 들르는 것까지 총 3가지.
우리는 달스니바와 플뤼달슈벳을 가는 것을 예약했다.
그런데 아직 날씨가 흐린게 마음에 걸리네.

1시에 출발한 버스는 40분을 달려 달스니바 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우리는 구름속으로 들어가는 듯해서 불안했는데...


아...... ㅠㅠ


구름이 걷히기는 할까?


아쉬움에 뭐라도 보이는 걸 찍어보지만...

잔뜩 흐린 날씨는 결국 달스니바 전망대의 경치를 삼켜버렸다.
이 곳은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해발 1500m) 피요르드 전망대.
게다가 게이랑에르가 가장 아름다운 피요르드로 유명해서
이 해발 1500m에서의 전망에 기대가 컸는데
달스니바의 산신령은 우리에게 경치를 허락치 않으셨다.
사실 조금씩 걷혀가는게 보이긴 했지만
투어 버스가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은 단지 30분.


구름이 약간 걷힌 쪽도 있었다만 게이랑에르 쪽이 아니었다


(www.fjordnorway.com 펌) 맑았다면 볼 수 있었을 경치


사람들은 아쉬움 속에서 제각각의 방식대로 추억을 남겼다

버스는 야속한 달스니바 산을 뒤로 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이번 목적지는 우리 숙소 바로 뒤편에 있는 플뤼달슈벳 전망대.
그래도 거기는 고도도 낮으니 구름 문제는 없겠지.

이동하는동안 가이드가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게이랑에르 마을은 겨울동안 거주민이 300명 남짓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름 성수기 거주민은 3000명 정도.
한 철 장사하는 관광지라곤 하지만
원래 인구의 9배나 되는 유동인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버스 주변의 산은 여전히 구름과 안개에 덮여있다.
플뤼달슈벳은 좀 더 아래에 위치하니 괜찮길 바라지만
30분 남짓 이동하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불안했다.



가는 길의 여전한 구름과 안개가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