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1 (1) : Bergen에 돌아왔지만 우선은 체력 회복부터

아침이 밝았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전날 12시간의 트래킹 때문에 엄청나게 피곤한 탓.
선천적으로 무릎이 약한 아내는 아대를 하고 걸었음에도 통증을 느꼈고
거기다 약간의 몸살 기운까지 있었다.
맘 같아선 아 몰라 더 잘래~하고 싶지만
일어나서 아침 먹고 베르겐(Bergen)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고 일어난 후 아내 컨디션이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짐을 다시 싸고 차에 실은 후 베르겐으로 출발.
이틀 전에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가야지.
우선 카 페리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춰 욘달(Jondal)로 가자.

욘달 카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 후 음료를 사러 상점에 들렀다.
캔커피는 평소에 안마시는 편이지만
피곤한 상황에 운전하니까 졸음을 막기 위해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마침 니트로 커피가 캔으로 있네.
흔히 보기 힘든거니 냉큼 선택했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 니트로 커피 -_-;;;

카 페리 위에서.
정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절경인 노르웨이

원래 내가 장거리 운전에는 쥐약이긴 하다만 
피곤까지 겹쳐서 그런지 커피까지 마셔도 소용이 없네.
출발한지 2시간쯤, 카 페리에서 하선한지 30여분만에
조금씩 졸음이 오는 나를 느꼈다.
차 반납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좀 쉬어가자.
마침 벤치가 있는 쉼터가 보여 얼른 차를 세웠다.


계곡물 소리가 청량...이 아니라 시끄러울 지경이다. ㅋ
덕분에(?) 졸음이 싹 달아났다.

출발한지 3시간이 다 되어서 베르겐에 도착했다.
반납하기 전에 주유를 해야지...그런데 주유소를 잘 못찾겠다.
구글맵에서 렌터카 반납장소 주변 주유소로 나오는 곳을 찾아가니
주유소는 커녕 부두 컨테이너만 잔뜩 있은 영 엄한 장소.
베르겐 올드 시티 주변에서는 주유소가 안 찾아지고
차량 반납시간을 생각하면 멀리 있는 주유소 갈 여유가 없네.
어쩔 수 없다. 우선 반납하러 가서 얘기해보자.

AVIS 대리점에 12시 조금 못되어 도착한 한 후
주유소를 못찾아서 바로 왔다고 얘기했더니
반납 시간 늦는 것 보다 주유 페널티가 크니까 주유를 하고 오란다.
(원래 기름은 가득 채워서 반납해야한다.)
그래서 얼른 대리점에서 알려준 근처 주유소로 직행.
주유를 마치고 다시 대리점으로 가니 당연히 12시는 넘었지만
다행히 시간 페널티는 따로 얘기하지 않네.

짐을 챙겨 들고 오늘의 숙소를 향했다.
그런데 호수옆 광장을 지날 무렵 웬 축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어 가보니 동남아 음식 축제 행사인 듯?



잘됐다. 어짜피 점심도 먹어야할 시간이고
비싼 물가 대비 그나마 싼 가격에 식사를 해결 할 수 있겠네.
뭘 먹으면 좋을지 한번 둘러 볼까?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사용으로 만만한 (생선)국수 하나,
단백질 보충용으로 고기 꼬치 하나,
그리고 후식으로 롯총(Lod Chong) 한 컵.




양을 좀 적게 먹긴 했지만 단돈 150 kr (약 2만원).
식당 갔으면 생각할 수 없을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한결 가벼워진 맘으로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숙소도 Airbnb로 예약한 곳.
그런데 이전에 이용했던 Airbnb 숙소들의 경우
열쇠를 넘겨 받는 경우에는 항상 우편함을 이용했었는데
이번 숙소는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열쇠를 받아오라고 그러네.
혹시나 직원이랑 말이 안 통하면 어쩔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키를 받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난 다음
평소같으면 베르겐 구경하러 나갔겠지만
아직은 전날 트래킹의 여파로 피곤한 상태다보니
그냥 저녁까지 잠이나 더 자기로 했다.
푹 자고 피로가 싹 사라지길.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3) : 뛰어봤자 트롤 혓바닥 위

프레이케스톨렌이나 쉐락볼튼도 감격스러웠지만
7시간만에 도착한 트롤퉁가(Trolltunga)는 더욱 벅찬 감동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특별했던 등반 코스 덕도 있으리라.


700m 낭떠러지 임에도 겁따위는 개나 줘버린 분

가이드 얀의 말로는 사진 찍으려면 1시간쯤 기다려야 할 거라며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찍을 포즈는 미리 생각해두란다.
서둘러 트롤퉁가 뒤편으로 가보니 역시나 줄을 잔뜩 서 있다.
아내는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준 것도 고마운데 자신의 인증샷 기회도 양보하니
또다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이 문단은 내가 줄 서 있느라 몰랐던 아내의 시선으로 본 버전.)
남편의 인증샷을 위해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얀이 와이어에 몸을 맡기며 절벽에 매달렸다.
시간 잠깐 난다고 그 새 절벽을 타다니 진짜 산 좋아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갑자기 와이어에 몸을 맡긴 가이드 얀

얀이 말했던 것 처럼 한시간쯤 지나 내 차례가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트롤의 혓바닥 위로 향했다.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보인다.





기나긴 트래킹과 또 긴 기다림, 그리고 찰나의 인증샷.
어찌보면 허무할 법도 하지만, 웬걸 뿌듯한 기분만이 한가득.
특히나 대망의 3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물론 노르웨이 여행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맘 속에는 묘한 여운이 계속 맴돈다.

각자의 인증샷 촬영이 끝나고 이제는 하산할 차례.
하산은 일반 트래킹 코스를 통해서 하게 된다.
내려가는 길이라지만 5시간 정도를 걸어야하니 이 또한 만만찮다.



한동안은 그래도 평지길이라 걸을만 했다.
전체 경로의 절반을 지날 무렵 가이드 얀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더니
지금부터 공식적인 가이드는 종료했고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하산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봤자 나중에 보니 한두명 빼고는 비슷하게 가더라.)
그리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지쳐서 다리가 풀렸다보니 조금만 경사가 심해져도 휘청휘청.
여지껏 잘 버텨준 아내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그래도 어느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여기만 내려가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
그런데...문제는 400m 높이 비탈을 오르내리기위한 길이다보니
아주 지겹기 그지없는 지그재그길을 걸어가야했다.
지그재그길만 1시간;;;;;;


걷는데도 멀미나는 기분;;;

어느 순간 보니 네덜란드 아가씨와 얀이 우리 뒤에 있었다.
지겨운 하산길이지만 그래도 얘기하면서 가면 좀 덜하지.
아니 사실 애시당초 얀이 투 머치 토커다. ㅋㅋㅋ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느냐,
우리도 해산물 많이 먹고 삭혀먹는 것도 있어서 한국이랑 비슷하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얘기 -_- 등등

출발한지 12시간만에 출발장소에 돌아왔다.
내려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다 먼저 와 있네. 우리 그룹이 꼴지.
야쿠시마 트래킹 때도 10시간을 걸어봤지만
마지막이 평지길이었던 그 때에 비해
이번에는 오히려 마지막이 경사길이라 너무 힘들다.

이제 다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갈 차례.
네덜란드 아가씨는 출입통제하던 곳에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기에
우리 차에 빈자리 있으니까 데려다 주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족끼리 카 페리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는데
(오다 숙소에서 만난 이탈리아 커플과 똑같네)
트롤퉁가 트래킹은 어째 혼자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나라엔 산이 없으니 등산이 너무 생소하다고...
아 그렇지...네덜란드는 산이 없지... -o-
(네델란드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이 332m...)

네덜란드 아가씨를 데려다주고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거의 9시.
정말 맘같아서는 그냥 쓰러지고 싶지만
그래도 씻고 밥은 먹어야지.
얼른 드러눕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서두르게 된다.
후다닥 씻고 밥해먹고 정리한 다음 침대로 직행.
이제 내일 아침까지 정줄 놓고 잠 좀 자야겠다.

PS. 1
며칠 후 트롤퉁가 액티브(Trolltunga Active)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트래킹하는 동안 얀이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왜 얀이 트롤퉁가에서 와이어에 매달렸는지 알게 됐는데
얀은 절벽에 매달려서 사람들의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구도가 아주 예술.
Thank you, Jan.


얀이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로 찍은 사진

PS. 2
이번 3대 트레킹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도구인 LifeStraw.
필터달린 빨대에서 어지간한 불순물과 잡균을 걸러낸다.
계곡물을 바로 통에 담아 마실 수 있으니
트래킹 시에 들고갈 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Amazon.com 펌]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0 (2) : 익지 않은 컵라면도 맛있을 수 있는 곳

모든 멤버들이 도착하니 시각은 13시 30분. 점심 먹을 시간이다.
그래서 이날을 위해 한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식량을 꺼냈다.


짜잔~ (이것은 스낵면 광고가 아닙...)

산에서 먹는 컵라면이 또 별미 아니겠는가?
뜨거운 물을 담아오기 위해 보온병도 한국에서 가져왔다.
(단 한 번의 즐거움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들고왔...)
다만 아침에 끓는 물을 넣긴 했어도 보온병 속의 물은 약간 식어있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이 물에라도 익혀 먹어야지.
역시나 라면이 충분히 익지는 않았다만
딱딱한 면과 미적지근해진 국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찬인 덕에 남김없이 뚝딱 해치웠다.
(쓰레기를 버릴 수 없기에 다시 봉투에 넣어 가져가야한다.)
반면 선두에서 우릴 이끌던 가이드 얀은
어디선가 채취한 커다란 야생 버섯하나를 우걱우걱 먹는다.
말하는 투가 특이하다 생각했다만 역시나 재밌는 친구다.

컵라면을 한창 먹는데 (얀 말고) 다른 가이드가
한국 음식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네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했다.
아 미스터 리 라면? 우리도 이름은 알지.
다만 이때까지 우리가 아직 미스터 리 라면을 안먹어 봐서
한국 라면과의 차이를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마트에서 몇개 사게 되는 미스터 리 라면

가이드는 한국 등산객들이 가져온 전투 식량도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에게는 즉석 가열 식품이 상당히 생소했는지
어떤 식으로 가열 되는지, 안전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더라.
하지만 내가 화학과 졸업했어도 영어로 설명은 못하겠네. -_-;
(사실은 아는게 없......쿨럭쿨럭)
잠깐, 그런데 노르웨이도 징병제 국가인데 이 사람은 군대 안갔나?
하긴 노르웨이는 징집 거부해도 아무 규제나 차별이 없다고는 하더라

라면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우리에게 물어보던 가이드는
동행을 여기까지로 하고 다시 비아 페라타로 하산했다.
잠깐, 그러고보니 올라오는동안에는 힘들어서 몰랐는데
출발할 때 멤버에서 한 명이 부족하다.
아까 자전거 라이딩 끝날 때는 봤었으니
아마도 등반을 중도 포기하고 돌아갔나보다.
혹시나 다친 것은 아니기를.

식사와 휴식이 끝나고 다시 트래킹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젠 평지로만 걸으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길을 가던 중 한쪽에서 음악을 틀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얀이 다가가서 정중하게 소리를 줄일 것을 권했다.
고요함을 즐기고픈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
어찌보면 멋없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가 얼마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았던가 싶었던,
힘든 와중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순간이었다.

이미 많이 지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한시간을 더 걸은 후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로 허공을 향해 쭉 뻗은 트롤의 혓바닥 트롤퉁가(Trolltung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