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4일 화요일

Jin과 Rage의 高松 가족 여행기 - 20180401 (1) :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大歩危 계곡

일찍 일어나 오늘도 여행답지 않은 푸짐한 아침 식사를 하고
아내와 나는 다카마쓰 역 근처의 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직원과 서로 더듬더듬 영어를 이용해 차량을 인계 받은 뒤
이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신 숙소로 돌아가자.
차량 네비게이션이 일본어라서 당장은 구글맵을 이용해야겠다.
(안내 자체는 한국어나 영어도 되지만
목적지 설정은 오직 일본어로만 가능했던지라...)

큐슈에서 잠시 운전을 해보긴 했지만
역시나 초반 얼마간은 역방향 적응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같으면 욕먹을 속도로 움직였지만
길에 차도 많지 않았고 운전 매너가 좋은 편인 일본인지라
별 탈 없이 숙소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제 짐을 모두 옮겨싣고 오보케(大歩危) 계곡으로 출발~

고속도로에 올라갈 때까지 시내주행을 하는 동안
회전하는 곳이 나올 때마다 아내와 함께
좌짧우크(좌회전 짧게, 우회전 크게)를 말했더니
부모님이 그게 무슨 말이냐며 물어보신다.
역방향 적응을 위한 거라며 뜻을 설명해드리자
부모님도 크게 웃으시며 따라 얘기하신다.

어느정도 지나서 시내를 벗어나자
신록과 벚꽃들이 알록달록한 산들의 멋진 경치가 나타났다.
어머니께서는 꽤나 기분을 벅차셨던 듯
"아들이 모는 차로 한국도 아닌 일본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니"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어진 얘기에서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모시고 왔으면
참 좋아하셨을텐데라는 부모님 말씀은 머리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내 할머니는 일본인이시다.)

1시간 반 정도 달린 후 미요시(三好)시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졸음이 오던 차에 고속도로가 끝나서 다행이다.
잠깐 쉴 겸 편의점에 들러서 오뎅으로 요기를 하자.
아직 목적지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았다.
이제는 요시노 강(吉野川)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되겠다.

갈 수록 점점 강폭이 좁아지며 계곡다운 산세가 나타났다.
시골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 차도 별로 없어서
한적한 관광이 가능할 것 같아 흥겹다.

드디어 목적지인 오보케 계곡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제 유람선을 타고 오보케 계곡 경치를 즐겨보자
......는게 원래 목적이었다만
여태껏 길이 한적해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선착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여러대 서 있다.
그리고 북적이는 중국인 관광객들......;;;;;;
계곡 아래 선착장을 보니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이 한참 늘어서있다.
대충봐도 한시간은 넘게 기다려야할 듯하다.
와중에 부모님은 본인들은 괜찮으니 우리만 타러 갔다오라신다.
하이고, 그렇다고 진짜 부모님을 한참 기다리시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여기서 계곡 구경이나 해야겠다.





짙푸른 강물과 계곡의 산세는 정말 멋있고
강폭이 넓지는 않지만 유속이 빠른지 시원한 물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유람선을 타지 못한건 아쉽지만 이렇게 지켜보는 것도 좋네.
부모님도 계곡 경치를 맘에 들어하셔서 다행이다.
잠시 계곡 구경을 하고 근처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바차야(そば茶屋)라는 가게가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높게 나오는 편이니 가보자.
다만 리뷰어 수가 몇명 되지 않는게 맘에는 걸린다만......

차로 10분 이동해서 가게에 도착한 후 들어가니
팔순도 훌쩍 넘기셨을 것 같은 키 작은 할머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어머니 생각이 나셨는지 평소와는 달리
할머님께 적극적으로 말을 거시면서 반가운 표를 내셨다.
할머님 말씀으로는 원래 아드님과 같이 하는 가게인데
오늘 아드님이 일이 있어 혼자 가게를 보고 계신다고 하셨다.




삐뚤빼뚤한 손글씨 메뉴가 어찌나 정답던지...


가게 한편을 장식하고 있던 히나인형(雛人形)들

주문했던 따뜻한 소바와 계란 우동이 나왔다.
할머님이 위태위태 들고 나오시자 아버지가 얼른 받으러 가셨다.
아버지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보기 어려운지라 낯설기까지 하다.




기대와 함께 면을 후루룹 입안 가득 채웠다.
......
맛이 없다...
구글맵의 리뷰 수가 적은게 맘에 걸렸어도
평점이 높아서 조금은 기대했건만...
심지어 기분이 업되셨던 아버지마저도 상당량의 국수를 남기셔서
오히려 약간 민망할 지경.

맛이 많이 아쉬웠지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것으로 만족하자.
부모님께서는 음식은 불만족이셨다면서도
뭐라도 더 팔아드리자며 가게에서 파는 주전부리들을 사셨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이제 다시 차를 몰아 오늘의 숙소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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