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3시반에 이케다 항애세 다카마쓰로 가는 배가 있으니
굳이 먼 도노쇼 항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
이케다 항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1시간 걸려 다카마쓰로 돌아왔다.
아침에는 급히 가느라 무심코 지나쳤다만
다카마쓰칫코 역 바로 옆에는 다카마쓰 성이 있다.
다카마쓰 성은 흔치않은 바닷가에 인접한 성인데
이마바리 성, 나카쓰 성과 함깨 일본의 3대 수성(水城)으로 꼽힌단다.
바닷가에 있다보니 해자의 물도 바닷물로 채워져있고
그 안에는 도미가 살고 있다나?
(하지만 국가 유적지니 낚시하면 안되겠지......쿨럭)
천수각은 노쇄화를 이유로 해체되었고 일부 망루들만 남아있어서
3대 수성이라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건물이 없긴 하다.
현재는 벚꽃 명소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성을 구경할 생각이 없으니 지나치자.
이 부근이 간척되기 전에는 멀리 보이는 망루에서 바로 바다로 연결되어있었다고 한다 |
전철을 타고 가와라마치 역으로 돌아왔다.
이틀 뒤 귀국하기 전까지 쇼핑할 시간은 오늘 저녁 뿐이니
역 근처의 드럭 스토어를 들르자.
그런데 우선 몇몇 생활용품과 파스, 소화제 등은 샀다만
아버지가 구매하고 싶어하신 공 디스크 파는 곳을 못찾겠다.
이런 때 해답은 돈키호테로 가는 것. 돈키호테에서는 살 수 있겠지.
다만 돈키호테는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차로 이동해야겠다.
짐을 다 들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 내가 숙소에 짐을 놓고 오자.
돈키호테로 가기 위한 택시를 타기 전에
6시가 되어 배가 출출하니 뭔가 하나 먹어야겠다.
마침 가와라마치 역의 길 건너편에는
고깃집 미츠와(お肉屋さんの三ツ輪)가 있다.
고깃집 미츠와는 이름처럼 정육점을 겸한 가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치킨 가라아게를 비롯한 튀김 요리를 먹기 위해서다.
역시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가게에는 대기줄이 서 있었다.
10여분을 기다린 후 주문한 음식은 치킨 가라에게와 소고기 고로케.
(그 외에도 스파이시 감자 튀김이 있다.)
뜨겁게 방금 튀긴 것인데다가
정육점인 만큼 고기는 확실히 좋은 걸 쓰는지 맛있긴 하다.
다만...확실히 짜다.
어제 먹은 호네츠키도리도 그랬는데 이 동네가 원래 많이 짜게 먹나?
찾아가서 먹을 분들은 맥주든 뭐든 마실 것을 미리 챙겨두길 권한다.
(그렇다고 나중에 음료수를 찾으면 튀김이 식을테니까.)
택시를 타고 돈키호테로 향했다.
이틀동안 그리 복잡하지 않던 다카마쓰 시내였건만
이때만큼은 유독 차가 많아서 길도 좀 막혔다.
그렇게 느릿느릿 차로 이동하던 중
커다란 간판에 아후라이도(アプライド)라는 이름과
(나중에 안 거지만 Applied의 일본식 발음이었다. -_-)
Computer & Internet, Audio & Visual 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어? 그럼 저기서 살 수도 있겠는데?
아버지를 통해서 택시기사에게 이 옆에 세워줄 수 있냐고 여쭤봤다.
그런데 예상외로 택시기사는 강한 어조로 거부했다.
일본인들의 친절한 모습에 익숙해져있던 우리는
기사의 강한 거부에 다들 당황해서 결국 별 말 없이 가야했다.
결국 몇 분 더 타고가서 돈키호테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면서 기사가 이번에도 강조하는 말투에 손짓까지 하면서
"여기가 돈키호테입니다"라고 얘기했다.
아......이 아저씨 우리가 거기를 돈키호테로 착각한 줄 알았구나;;;
우리가 뭘 사려는 건지 목적을 얘기했으면 됐을 텐데
어버버해서 말을 못하는 바람에 괜히 서로 불편해했네.
(하긴 말을 하려고 해도 아버지가 통역해주셔야 됐겠지 -_-;)
뭐 어쨋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댔으니
목적을 달성하러 돈키호테로 들어가자.
그동안 일본을 몇차례 방문하셨던 부모님이지만
돈키호테 자체가 두 분께는 처음 알게 된 곳인지라
원래의 목적과는 별개로 재밌는 구경 거리도 되었다.
쇼핑 겸 구경을 끝내고 이제 진짜 저녁식사를 해야지.
가와라마치로 돌아가 식당을 찾으려다보면 너무 늦어질 거 같아서
그냥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기로 했다.
돈키호테의 길 건너편으로 가니 악명높은 규동집 스키야(すき家)와
야키니쿠 가게 그리고 마루겐 라멘(丸源ラーメン)이 있다.
스키야는 당연히 거르고 야키니쿠는 너무 무거울 듯 하니
(좀전에 가라아게와 고로케를 먹었으니까)
마루겐 라멘으로 가자.
니꾸소바(肉そば) |
철판 볶음밥(鉄板チャーハン) |
마루겐라멘은 일본 내에서 유명한 체인점.
대표 메뉴인 니꾸소바와 함께 철판 볶음밥, 교자를 주문했는데
교자는 별로 맛이 없었다. 피도 질기고 소는 별 맛이 안나고...
그래도 라멘과 철판 볶음밥은 무난하게 고만고만 한 맛.
라멘 국물은 돼지뼈 육수에다가 간장으로 맛을 내
지금까지 먹어봤던 라멘들과는 달리 느끼함은 덜했다.
식사 후에 돌아오는 길은 버스로 돌아왔다.
피곤하셨는지 부모님은 일찍 방에 들어가셨고
잠깐이나마 아내와 둘이서 보낼 시간이 생겼다.
마실 것을 사기 위해 숙소 근처 패밀리마트에 들렀는데
이전에 언급했던 편의점 디저트 목록의 2위가
패밀리마트의 초코 바나나 크레페(チョコバナナのクレープ).
그럼 당연히 사 먹지 않을 수가 없지.
음...싼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만
아침의 더블 크림 슈 만큼의 감동은 없네.
아내는 게맛살과 가린토(かりん糖)를 안주 삼아서
(가린토는 일본 전통과자로 우리나라의 '맛동산'과 유사하다.)
어제 사둔 사누키(さぬき) 드래프트 비어를 마셨다.
(사누키는 이 지역의 옛 지명이다.)
아내가 마신 것은 쾰슈(ケルシュ Kölsch) 스타일인데
쌉쌀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아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나.
아내의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재미, 로컬 맥주 |
내일은 차를 빌려서 멀리 가야한다.
푹 자고 남은 일정도 즐겁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