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좌석이 없으므로 자칫하면 내내 서서 가야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는 얼른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그리고 잠시후 마치 옛날 우리네 비둘기 열차처럼
많은 사람들과 많은 짐들로 3등칸은 북적였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먼지낀 선풍기 마저도 예전 추억을 생각나게 했다 |
콜롬보에서 골까지는 기차로 2시간.
그 2시간 내내 바닷가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누와라 엘리야로 가던 기차길과는 또다른 절경.
어떻게든 스리랑카에선 반드시 기차여행을 해야하는 것 같다.
좌석이 조금 불편은 했지만
예쁜 경치를 구경하다보니 2시간이 금새 흘렀다.
골 기차역에 도착 |
역에서 내린 다음 뚝뚝이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골 시내에서 차로 20여분 정도 걸리는
우나와뚜나(Unawatuna) 해변의 Sea View Deepal Villa.
뚝뚝이 기사가 타기 전에 700 රු(5600원)를 얘기하기에
아내가 600 රු(4800원)로 가격을 깎았었다.
그런데 도착해서 1000 රු를 줬더니 잔돈을 300 රු만 주며
"에이 그냥 700 රු 주세요~"
하고 기사가 우긴다.
여태껏 스리랑카 어디에서도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역시나 세계 어디서나 휴양지는 바가지 조심.
휴양지 와서 다툼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따지고보면 고작 800원 차이니 그냥 넘어가자.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서양사람이 나왔다.
알고보니 주인이 슬로베니아 사람들.
머나먼 스리랑카까지 와서 숙소 운영을 하다니 일면 대단하다.
주인이 안내해준 방은 4층짜리 빌라의 1층.
고층이었으면 바다가 바로 보여서 좋았겠지만 비쌌겠지...
그래도 방은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앞쪽의 테이블이 아침 식사 장소 |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숙소 바로 앞인 해변으로 나가보자.
그런데 하필 오늘 날씨가 궂네.
곧 들이닥칠 먹구름 저 편에서 비가 오는게 보였다 |
날씨가 좀 안좋긴 하지만 쉬기 위해 온 휴양지.
기분좋게 늘어지자.
하지만 불안했던 날씨는 아니나다를까
20여분이 지나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어짜피 점심도 먹어야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자.
볶음밥은 평범했지만 오른편의 수프는 맛있었다 |
식사 후 비가 멎기를 기다린 다음 방으로 돌아갔다.
1주일 가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그저 휴양지에 왔기 때문인지
우리는 급 피곤함을 느끼곤 낮잠을 청했다.
곤히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
다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보자.
해안 남쪽 끝에 있는 사원 앞에서 |
돌아가는 길에 Blow Hole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이 곳의 생과일 주스가 맛있다나?
사실 이때까지 스리랑카에서 먹은 과일주스들은
값은 싸지만 다들 물을 많이 타서 좀 밍밍한 맛이었다.
맛있다. 간만에 먹는 진한 과일주스.
(과일만 들어간 주스는 아니고 코코넛밀크 같은 걸 추가한 듯 하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파파야는 특유의 곯은 냄새가 신경이 쓰였고
(냄새가 있는 씨와 속껍질 부분을 제대로 제거 안했나보다)
파인애플은 질긴 섬유질이 계속 입에서 거슬리네.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낮에는 그저 한적하기만 했던 바닷가였지만
해가 지고나니 수많은 레스토랑들의 촛불 밝힌 테이블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낭만적이게 바꿔놓았다.
어느 곳에서 저녁을 먹을까 돌아보다가
해산물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커다란 타이거 프론.
커다란 타이거 프론 한마리 |
새우구이는 역시나 보장되는 맛 그대로.
다만 예상보다 비싼 가격(3100 රු / 24000원)이 부담스러웠다.
관광지 물가 탓인지 현지 물가와 너무 차이나네.
아무리 적게 먹는 우리지만 새우 한마리로는 부족하니
다른 먹거리를 찾아봐야겠다.
다른 먹거리를 찾을 겸 마을 주변을 산책했다.
다른 식당들을 둘러보니 역시 앞의 식당이 좀 비싼 편이긴 하다만
기본적으로 관광지 물가인 탓에
스리랑카의 다른 곳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비싸긴 하더라.
결국 우리는 식사보다는 후식으로 배를 마저 채우기로 하고
케익 사진이 인상적이었던 Sunil Garden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내부 |
맛있다! |
자랑할만 하네 |
코코넛 라임 치즈케익과 음료 하나를 주문했다.
스리랑카에서 처음으로 먹는 서양식 후식.
그리고 그 결과는...맛있다!
치즈의 느끼함을 라임이 잘 잡아주고 폭신한 빵과의 조화도 좋다.
한입 먹는 순간 훌륭한 선택이었음을 느꼈다.
우리가 늦게 가게에 들어온 터라
22시까지인 영업 마감에 쫓겨서 30분만에 일어선 것이 유일한 아쉬움.
내일 또 와야겠다.
가게 입구를 나서면서 경비를 보고 있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아저씨가 "수바 라트리야"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어리둥절하니 이 말이 싱할라어의 Good night이라고 한다.
(물론 위 발음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_-)
푹 자고 내일은 골 포트(Galle Fort)로 가보자.
수바 라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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