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은 볶음밥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티백 홍차 한잔.
체크아웃을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다.
"담불라(Dambulla) 가는 버스 타러 갈거에요"
"OK. 그럼 제가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줄게요."
얼마 아니긴 하지만 뚝뚝이 비용이 굳었다. 아싸~
주인 아저씨의 차를 얻어타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마침 담불라 가는 버스가 곧 출발한다며 우리를 재촉한다.
허둥지둥 인사를 나누고는 버스에 탑승했는데
다행히도 에어컨 있는 버스에다가 앉을 자리도 있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는 요금은 반값이지만
200 රු(1700원) 아끼자고 30도에 달하는 날씨와 빼곡한 사람들 속에서
에어컨 없이 타고 가는 것은...생각하고 싶지 않다 -_-)
왼쪽 머리 위에 있는게 에어컨 |
버스는 1시간반을 달려 담불라에 도착했다.
하차한 시계탑 근처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가자.
(스리랑카 대부분 도시의 중심가에는 시계탑이 있다.)
그런데 숙소로 가는 길에서 엄청나게 큰 도마뱀 발견.
저런 녀석들이 숙소에 출몰하진 않겠지? -_-;;;
사진으로는 안커보이겠지만 대충 내 다리랑 비슷한 크기...ㄷㄷㄷ |
도심에서 골목으로 들어오기만 했을 뿐인데 한적한 시골길이 나왔다.
그 길을 15분을 걸어 도착한 오늘의 숙소는 AirBnb로 예약한 Robert Inn.
(그리고 이게 우리의 첫 AirBnb 이용이었다.)
근처까지 가서 정확한 위치를 몰라 헤매던 중에
마침 주인장 Robert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숙소로 안내해줬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른 시각(10시)에 도착했지만
이곳도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없이 반갑게 체크인을 해줬다.
(다만 숙소 입구에 쌓여있는 오토바이 부품들은 당혹스러웠다.
주인 아저씨가 오토바이 수리점을 같이 운영해서긴 하다만...)
어제와 숙박비는 만원 차이인데 숙소의 차이는 크다... |
방을 정리하는 동안 따끈한 홍차를 웰컴티로 준다.
사실 이 숙소는 싼 맛에(1박에 13000원 정도) 예약한 곳이라
모든 기대를 내려놓은 곳이지만 웰컴티로 나온 홍차는 맛있다.
역시 홍차의 나라 실론(Ceylon).
(스리랑카는 1972년까지는 실론이라고 불렸다)
13000원짜리 숙소 웰컴티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
그런데 숙소 벽에 여러 나라들의 지폐들이 붙어있다.
Robert 아저씨가 언젠가는 화폐 박물관을 열겠다며 모으는 중이라나?
보다보니 우리나라 돈은 없는 거 같아서 1000원짜리 지폐 하나를 드렸다.
우리가 드린 1000원 짜리도 붙여뒀다 |
방 정리가 끝나서 짐을 가져다 놓았다.
역시나 저렴한 숙소다운(?) 내부.
뭐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숙소를 예약해뒀으니
초반에 하루정도는 이런 경험도 나쁠 것 없다.
짐을 정리해둔 다음 관광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있으니
Robert 아저씨의 호객행위가 시작됐다.
"4000 රු(36000원 정도)에 시기리야랑 담불라 인근 투어 해줄게.
뚝뚝이 대신에 에어컨 있는 내 차 타고 편하게 다닐 수도 있고
투어 가이드들도 잘 모르는 장소들도 알려주고. 괜찮지?"
원래 뚝뚝이 타고 다니려고 했던 우리지만
밝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Robert 아저씨에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말려들기 시작했다. -_-;
결국은 시기리야와 담불라 황금사원을 가기로 하고 수락.
(우리는 그들의 영원한 호구~ 호구~)
Robert 아저씨의 SUV를 타고 이제 담불라 관광을 시작하자.(우리는 그들의 영원한 호구~ 호구~)
첫 목적지로는 시기리야로 가자고 했다.
알겠다면서 출발하는 Robert 아저씨.
그런데 얼마 안가서 갑자기 자기가 아는 가게 하나 소개하겠다며
스리랑카 전통 음식들 파는 곳에 들르자고 한다.
그리고 느꼈다. 아~ 오늘 우리 마음대로 다니는게 쉽지 않겠구나. -_-
어쨋건 얼레벌레 찾아간 가게는 간단한 주전부리들을 파는 곳이었다.
이름은 Traditional Food Sales Centre.
한 사람당 한 종류씩, 총 7가지를 판매중이었다 |
예상치 못한 투어의 진행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전통 주전부리들이 궁금하니 두어가지 고르자.
그런데 로버트 아저씨가 냉큼 자기것까지 포함해서 넣고는 계산하게 한다.
당황스럽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우리는 순순히 계산했다. -_-;;;
(우리는 호구가 아니더냐.)
다시 차를 타고 출발.
10여분간 가는 동안 Robert 아저씨는 스리랑카 음악 방송을 틀었다.
약간 촌스러운듯 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문제가 아니고 Robert 아저씨가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세뇌될 거 같다...OTZ
(다행히도 여행 후 얼마 안지나서 잊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