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운젠 온천마을로 가자.
오바마에서부터는 꼬불랑 산길 따라 차로 20분.
그나저나, 이때쯤이면 산이 단풍으로 예쁘게 물들지 않았을까 했는데
군데군데 단풍이 들긴 했지만 아직은 초록빛이 많다.
꼬불거리는 오르막길이 끝나고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료칸에 들어가면 따로 나오지는 않을 거 같으니 동네 구경부터 할까?
우선 온천수를 이용해서 만드는 센베이(전병)로 유명한 가게인
토오토미야 혼포(遠江屋 本舗)부터 가자.
| 6년전엔 이런데 있는 줄도 몰랐네 |
가게를 들어서면 다양한 운젠의 기념품들이 먼저 보이지만
한편에 센베이가 구워지는 공방이 바로 시선을 끈다.
바로 구워진 것을 하나를 건네 주신다.
건네 받으면서 시식하라고 주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100엔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너무 순진했네.
이미 손에 받았으니 안먹어요하고 되물릴 수도 없다.
아내와 함께 '우리 낚였는데?' 라고 말은 했지만
원래 이거 먹어보려고 온 거니 곧바로 순순히 돈은 냈다 ㅋ.
물론 부모님 거도 포함.
사람이 옛날 방식대로 굽는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가게에서 직접 구워 파는 센베이는 수량이 한정되어있다고 한다.
아마도 예쁘게 포장되서 전시된 상품들은 공장에서 만든 것들인 듯.
토오토미야의 온천수 센베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전병에 비하면 더 얇아서
감자칩 같은 식감이 난다는 것 외에 맛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갓 구워져 나온 바삭한 센베이 자체가 별미이긴 하다.
가게 맞은편은 온천 신사와 운젠 지옥으로 가는 길.
운젠 지옥 안쪽은 오르막도 있고 해서 부모님이 안가실 거 같지만
그래도 신사를 거쳐 지옥 초입까지는 가보자.
지옥 입구로 가니 온천수 삥뜯는 파이프부터 잔뜩 보인다.
너머로는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유황 냄새가 있지만
인공적인 파이프 더미부터 보이니 구경할 맛이 안나는 것도 사실.
부모님도 더 들어갈 생각이 없으신 거 같으니 그냥 돌아가야겠다.
이제 체크인 하러 료칸으로 가자.
오늘의 숙소는 운젠의 고급 료칸인 미야자키 료칸(宮崎旅館).
일본 최초로 자동문이 설치된 료칸이자
호텔 운영에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료칸 등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 료칸들 중에서 신문물 도입에 선도적인 것으로 유명하고
일본 천황과 일가가 방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서니 바로 건물 뒤편의 정원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아름답게 가꿔진 이 정원이 여기가 고급 료칸임을 바로 느끼게 해준다.
체크인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웰컴 드링크로 말차와 팥양갱이 나왔다.
말차는 영 적응이 안되지만 그래도 주는 성의가 있으니 호로록 냠냠.
방으로 올라가서 산과 함께 정원을 내려다보니 이것도 장관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료칸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진다.
예약하면서 료칸 사진을 둘러봤었어도 이런 뷰를 보지 못했는데
이 료칸 홍보팀이 일 제대로 못하는 거 같다.
궂은날 차타고 멀리 이동하느라 부모님도 피곤하시고 하니
이제 저녁 식사 전까지는 방에서 좀 쉬자.
(...라고 했지만 료칸 건물 여기저기 구경 다녔다.)
예약한 저녁 식사 시각인 7시가 다 되었다.
료칸 선택시에는 방, 대욕장과 함께 반드시 신경쓰는게 카이세키.
미야자키 료칸을 선택한 이유 중에도
음식 사진들이 상당히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이었다는 점이 있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 오늘의 코스 |
많지는 않아도 여지껏 방문해봤던 료칸들의 요리들을 보면
훌륭한 편이었어도 코스 중에서 한둘은 아쉬운 것들이 있었는데
미야자키 료칸은 시작부터 끝까지, 비주얼이든 맛이든,
예약하면서 찾아본 사진들에서 받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었다.
망설임 없이 여태껏 먹어본 료칸 가이세키중 최고.
그럼 이제 내일 일정을 위해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