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은 바궈뿌이(巴国布衣).
파촉(巴蜀)이라고도 불리는 스촨 지방 요리, 즉 사천요리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그보다도 변검 공연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 상하이에서 변검을 구경했던 아내가 나와 다시 보고 싶어 예약한 것.
사실 바궈뿌이 식당은 프랜차이즈라서 상하이 내에도 몇 곳이 있지만
시내에 있는 지점은 예약이 이미 다 차서
부득이하게 약간 외곽에 있는 지점을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전철을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한 우리는
징안다롱청(静安大融城)이라는 큰 쇼핑몰에 도착했다.
쇼핑몰 규모 자체는 크지만 빈 점포도 듬성듬성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MS Windows 화면 |
식당 입구 |
전반적으로 한산한 쇼핑몰이지만
식당에 들어가보니 그래도 여기는 손님이 좀 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으니 이제 요리들을 골라보자.
우선 식당의 대표 메뉴인 돼지고기 요리(晾干白肉 량간바이러우)와
충칭식 매운 닭볶음(重庆辣子鸡 충칭라즈지)을 메인으로 하고
곁들여 먹을 야채 요리인 보보칭차이(钵钵青菜)도 주문하자.
물론 밥이랑 아내가 마실 칭다오 생맥주도 포함해야지.
충칭식 닭볶음은 보기만 해도 속이 아리는 비주얼이다 -_- |
량간바이러우는 얇게 썬 삼겹살과 오이를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일종의 냉채요리.
고소한 삼겹살과 기름기를 씻어주는 오이,
그리고 심심한 맛을 채워주는 소스의 조화가 훌륭하다.
아내가 예전에도 먹어보고 추천했었던지라 믿고 먹는 메뉴.
문제는 충칭라즈지인데...맛은 있다. 맛은.
하지만 맵기로 유명한 사천요리답게 엄청 맵다.
보통 맛있는 매움이 중독적인 부분이 있지만
이건 너무 매워서 계속 먹기가 힘들다. -_-;;;
전분 물에 데친 야채가 들어있는 보보칭차이가 아니었다면
정말 계속 먹기를 포기했을 거다.
......그런데 맛있긴 하다. 내일 화장실 좀 가겠네. ㅠㅠ
처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빈 자리가 좀 있었는데 어느새 거의 만석이다.
그말인 즉 이제 공연이 시작할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예약이 헛되지 않아서 대략 안심)
얇은 비단 가면을 순식간에 하나씩 벗겨내는 비결이
혹시나 핸드폰 슬로모션으로 찍으면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슬로모션으로도 가면이 순식간에 바뀐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뻔한 듯 하면서도 보면 경탄할 수 밖에 없는 기술이다.
원래 변검은 천극이라고 하는 연극에 사용되는 기술인데
그 화려함 때문에 오히려 천극자체보다 더 유명해진 것.
나중에 언젠가 사천지방에서 천극 공연을 통해
기술로서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변검을 한 번 쯤은 봐야겠다.
공연이 끝난 후 변검술사와 함께 |
식사와 공연이 모두 끝나고 식당을 나섰다.
오늘은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는 아쉽다.
그래서 로컬 브루어리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 Dr. Beer라는 펍으로 고고.
자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아내의 선택은 당연히 샘플러 ㅋ.
마침 에일 종류들이 쌉쌀하고 바디감 있는 맛을 즐기는 아내에게 잘 맞아서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일은 아침에 버스타고 우젠(乌镇)으로 간다.
짧지만 즐거웠던 상하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