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2일 토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2 (3) : 가장 민주적인 국가의 7월 22일

숙소에 돌아와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내로 나섰다.
(내일 아침 일찍 베르겐을 떠날 테니)
베르겐에서의 마지막 커피 한잔이나 할까?
아내가 찾아뒀던 카페 중, 여러 블로그에서 최고의 카페로 꼽았던
뎃릴레 카페(Det Lille Kaffe Kompaniet)로 가자.
주말 뎃릴레 카페의 영업종료가 6시인데
이미 5시 반이라 서둘러 가야겠다.





아슬아슬하게 영업 종료 전 도착한 뎃릴레 카페는
아침에 왔던 푸니쿨라 역 뒤편의 조용한 민가 골목 안에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날 때도 되었지만 실내에 앉을 공간도 얼마 없어서
그냥 주문한 (가장 인기있다는) 카푸치노를 받아서 밖으로 나왔다.
골목이 예쁘다보니 바깥 벤치도 제법 운치 있다만
밖은 밖대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해 약간은 난감한 상황.
그래도 잠깐이나마 이 운치를 즐겨보자.
깊고도 부드러운 맛의 카푸치노는 명불허전.
거기다 온기로 으슬으슬한 기온도 쫓아내니 좋구나.



커피를 들고 장을 보러 가다가
아까 물병 실로폰 악사가 있던 자리 근처에서
많은 장미꽃들과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종이룰 발견했다.
어떤 것인지 궁금해져 가서 살펴보니
7년전 오늘 있었던 극우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내용이다.
2011년 7월 22일 오슬로와 그 근교의 섬 우퇴위아(Utøya)에서
단 한 명의 극우 범죄자로 인해 76명이 사망했던 그 사건.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노르웨이의 대응은
추도식에서 당시 노르웨이 총리의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개방성과 더 많은 인간애다."

9년 연속 민주주의 지수 세계 1위를 차지한 나라여서 그런 것일까?
100% 동의를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로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다.

(노르웨이의 법에는 최고형이 21년형이기에
이 범인은 수십명을 학살했음에도 2033년에 출소한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
물론 노르웨이 내에서도 이에 대해 여러 다른 의견은 존재한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 플롬(Flåm)에서 묵을 숙소에 확정 메일을 보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베르겐까지의 여정만 예약한 상태였기에
이제부터는 그때그때 이동편과 숙소를 예약해야하는 상황.
그래도 어떻게든 잠 잘 곳은 구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성수기인 탓인지 대부분의 숙소 예매 사이트에서는
숙소가 만실이라서 예약할 수가 없었다.
결국 구글 지도에서 찾은 캠핑장들에 일일이 메일로 문의를 해서야
겨우 숙박 가능한 캠핑장을 구할 수 있었다.
우선 당장 플롬의 숙소는 구했다만
그 다음 플롬에서 게이랑에르(Geiranger)까지 가는 교통편과
게이랑에르에서의 숙소도 여전히 찾지 못한 상태.
이제 매일 저녁은 다음 일정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저녁식사를 요리해서 먹고 다시 베르겐 항구 쪽으로 나섰다.
며칠전 너무 늦은 시간에 들러서 구경하지 못했던
브뤼겐(Bryggen) 지구의 한자(Hansa) 마을로 가볼 생각이다.





이 부근 바다의 주요 산물인 대구를 조각한 거대한 목상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보슬비도 오기 때문인지
백야로 인해 여전히 밝은 바깥이지만
한자 마을 안은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간간이 회벽 건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낡은 목조 건물들.
그리고 목조 건물이다보니 아무래도 화재에 취약해서
사실 현재의 건물들도 이래저래 많은 복원을 거친 것들이다.
대체로는 평범한 박스형의 건물들이지만
간간이 고층의 독특하게 튀어나온 구조물들이 눈에 띈다.

한자 마을을 둘러본 다음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근처의 베르겐후스(Bergenhus) 요새로 향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경광의 공원


과거, 요새였음을 알려주는 흔적


호콘 홀(Haakon Hall)

요새 내에 있는 박물관

13세기에 만들어진 항구 앞의 요새는
이전에는 왕의 거처이기도 했었는데
17세기에 있었던 보겐(Vågen) 전투 외에는 아무런 분쟁도 없던 곳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 전투 마저도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전투에
덴마크는(당시에 노르웨이는 덴마크 지배 하에 있었다) 거들었을 뿐.
당시 잉글랜드 측에서 덴마크에 협조를 구했는데
이 내용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보니
이 요새에서는 엄하게 잉글랜드 군에 집중 포격을 했고
결국 잉글랜드 군은 네덜란드 선단에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패퇴했다.

이제 밤 10시도 넘었고 내일은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하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해야겠다.
베르겐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흘러갔다.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2 (2) : 여행의 맛, 뭔지 모를 새콤달콤함

전망대 쪽에 다시 돌아온 우리는
커피 한 잔 마실 겸 레스토랑을 들렀다.
그런데 메뉴를 보던 아내는 잔 와인에 혹했다.
하긴 노르웨이 와서는 아직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


와인은 이탈리아산 Lupi Reali

그러고보니 노르웨이 온 이후로
우리가 아직 레스토랑을 한 번도 안갔네.
그러니 잔 와인도 처음이지.
하긴 뭐 여기가 와인 산지도 아니니 꼭 찾아 마실 필요는 없다만
그래도 와인 애호가 아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둘이서 마실 것을 다 마셔갈 때 쯤
일본인 단체가 들어오면서 살짝 소란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도 일어나게 되었다.

레스토랑 앞의 놀이터에는 커다란 트롤 상이 있다.
(트롤은 아이슬란드 갔을 때 몇번 본 것임에도)
우리 눈에는 약간 괴기스럽지만
이들에게는 우리네 도깨비 같은 존재이려나?



하산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시간이야 몇 배로 걸리겠지만 딱히 바쁠 것도 없잖아?

처음에는 산길 산책로였지만
얼마 안가서 우리는 주택가 사이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길가의 한 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를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따서 아이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다가가서 보니 뭔가 베리 류의 열매가 아주 탐스럽다.
사유지는 아닌 거 같으니 하나씩 따 먹어도 되지 않을까?




클라우드 베리 비슷하게 생겼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살짝 새콤달콤한 베리의 맛 덕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험의 즐거운 덕인지
어쨋건 우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다시 길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까 미끄럼틀이 나온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아내는 무릎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니
어짜피 내려가야 할 길 이거 타고 가볼까?



아내가 먼저 타고 내려간 다음 나도 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왔다.
내가 먼저 와 있기야 했지만
애들이 타는 미끄럼틀인데 내가 타려고 버티고 있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이걸 다 기다렸다가 타기엔 시간도 많이 걸릴 듯 해서
나는 그냥 걸어서 내려가는게 낫겠다.

30분 가까이 걸은 후 처음 푸니쿨라를 탄 곳에 다다를 무렵
가로수를 감싼 색동 나무옷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도 그 유명한 북유럽 디자인의 하나로 생각해야할까?
우리나라에서도 가을 겨울에 가로수를 감싼 나무옷들을 보지만
거의 칙칙한 볏짚 위주다보니 이런 .색동 나무옷이 살짝 부럽다.
(사실 근래에는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고 있긴 하다.)



어느새 두 시가 다 되어가니
가까운 베르겐 항구 근처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숙소의 추천 리스트에서 봤던 전통 음식점인
브뤼겔로프텟 & 스투엔(Bryggeloftet & Stuene)으로 가자.


한자(Hansa) 마을 근처.
사진상 가운데 건물에 우리가 간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을 선택한 이유는 전통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를 갖고 펼친 메뉴에는 스뫼르브뢰드(smørbrød)만 잔뜩.
스뫼르브뢰드는 북유럽식 오픈 샌드위치다.
결국 샌드위치 종류만 잔뜩이라는 얘기......
극지방이라 산물이 많지 않았던 탓이려나?
음식의 다양성은 확실히 부족한 것 같다.


바칼라우와 연어 샌드위치

어쨋건 전통 음식을 먹겠다고 왔으니,
그리고 여기는 노르웨이니까 역시 연어 샌드위치,
그리고 같이 먹을 수프로 바칼라우를 주문했다.
바칼라우는 원래 대구로 만드는 포르투갈 요리를 통칭하는데
왜인지 이 곳의 바칼라우는 죄다 토마토가 가미된 대구 수프였다.
(시장에서 파는 바칼라우도 그랬다.)
빵보다 큼직한 연어가 올라간 샌드위치는 비주얼만으로도 합격.
물론 맛도 싱싱한 연어와 약간의 향신료의 조화가 좋다.
토마토의 새콤함과 짭조름한 올리브가 어우러진 바칼라우도 합격.
다만 토마토와 올리브의 맛이 강하니 담백한 대구는 표가 나질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쪽으로 걸어가던 중
물을 채운 병들을 이용한 수제 실로폰(?)을 연주하는 악사를 만났다.
나도 취미삼아 악기를 다루다보니
직접 이렇게 악기를 만들고 이를 나와서 연주하기 위해
그가 들였을 노력들이 상상되어 일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재밌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준 그에게 약간이나마 기부를 하고 가자.

숙소로 돌아가기 전 광장을 잠깐 들렀다.
여느 곳처럼 광장에는 베르겐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동상들이 있다.
북유럽의 파가니니로 불렸던 올레 불,
노르웨이 독립의 주역이자 초대 총리였던 크리스티안 미켈슨,
그리고 근대 클래식의 거장 중 한 명인 에드바르 그리그.
그런데 나무 아래에 자리한 올레 불 동상외에는
모두 갈매기 똥으로 머리가 하얗게......


올레 불(Ole Bull)

크리스티안 미켈슨(Christian Michelsen)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

2020년 2월 7일 금요일

Jin과 Rage의 Norge 여행기 - 20180722 (1) : 고요한 Fløyen에서의 산책

노르웨이에 도착한지 7일째 아침.
언제나처럼 아침은 만들어 먹기.
2인용 전기 밥통은 여기와서 정말 열일한다.

아침식사후 우리가 향한 오늘의 첫 목적지는
베르겐(Bergen) 구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플뢰이엔(Fløyen) 산.
트래킹은 며칠동안 징하게 했으니 푸니쿨라(강삭철도)를 타러 가자.
관광 성수기라서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아침 일찍 온 덕인지 다행히 대기 줄은 길지 않았다.


길 끝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푸니쿨라 역 플뢰이바넨(Fløibanen)


산 정상은 구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산이 그리 높지는 않아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는 시간은 불과 5분.
푸니쿨라에서 내린 다음 역 앞으로 나오니
곧바로 베르겐 구 도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적힌 이정표
그리고 그 속에 깨알같은 Smoking Area 3미터

비록 화창한 날씨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멋진 베르겐 올드 시티 전망에 취해서
얼마간 아내와 그냥 멍때리며 내려다보다가
전망만 보고 돌아가긴 아쉬우니 공원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약간만 안으로 들어가도 한적했다

쭉쭉 뻗은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길을 걷는데
어느새 사람들도 별로 없고 고요함 속에 우리 발걸음 소리 뿐
조금전까지 우리가 도심속에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Danger, Witch Cooking
(주의, 마녀가 요리중)

10분 정도 걸어간 길의 끝에는 작은 못이 있었다.
크지 않지만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네.
우리는 그냥 한바퀴 돌아보기만 하자.





산책로는 여러 곳으로 이어져 있지만
우린 그냥 왔던 길로 되돌아가볼까나?


암, 일이 잘 안풀린다면(right) 왼쪽으로 가야지.

전망대 근처에 다시 돌아올 때 쯤 염소 몇마리가 나타났다.
설마 누가 여기서 방목하는 것은 아닐테고...
알고보니 여기 명물들이셨구만.
염소들은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친숙해져서
곁에 가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되려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만 신났지.




염소들의 이름이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