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1일 일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6 (1) : 여행도 인생처럼 하나씩 배워 가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Galle에 갈 예정이지만
어제 산 기차표에는 엉뚱하게 바둘라(Badulla)가 적혀있다.
(심지어 방향도 From Badulla To Colombo Fort로 되어있다.)
이전에 탄 기차표 중에서도 목적지 외의 장소가 표기된 적이 있었다만
그래도 뭔가 찜찜해서 다시 매표소로 향했다.


문제의 기차표

"이거 갈레(Galle) 가는 기차표 맞나요?"

그런데 어제도 뭔가 긴가민가 하는 거 같던 직원,
오늘도 갈레를 잘 못알아 듣겠다는 식이다.
아내는 몇 번을 다시 갈레를 반복하며
우리가 원하는 표가 아닌 거 같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저쪽의 반응은 여전히 어리둥절.
그때 뒤에 줄 서있던 한 현지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골(Galle)이라고 말해봐요."

그래서 다시 골이라고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직원이 알아 들었다.

"아~ 고~ㄹ."

사실 우리도 Galle의 발음이 갈레, 골 두가지가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그때문에 캔디에 있을 때 (숙소 주인장인) Ajit 아저씨한테
어떤게 맞는 발음이냐고 물어봤었는데

"원래 갈레가 맞는데 유럽인들이 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듣고는 그렇다면 원래 발음대로 읽어줘야지 했던 건데
문제는 우리가 갈레라고하니 역무원은 엘라(Ella)인 줄 알아들은 것.
(엘라는 바둘라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갈레를 어떻게 엘라라고 알아들었는지는 여전히 이해불가... -_-)

여하간 우리가 가진 표는 엉뚱한 표라는 것은 확실해졌다.
여기서 또 문제가 하나.
스리랑카 기차표는 구매 후 15분 안에만 반환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15분 내로 반환해도 1/4은 떼인다.)


이런 줄 알았으면 미리 확인 할 걸

아내가 (그쪽 잘못도 있지 않냐며) 따졌지만
역무원은 곤란해 하면서도 반환은 안된다였다.
그러자 아까 우리에게 골이라고 말해보라고 얘기했던 분이
이번에는 창구 안쪽의 높은 사람한테 얘기해보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결국 결론은 마찬가지. 반환 불가.
답답하고 속상했던 아내는 결국 울기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토닥이면서 달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본 한 아주머님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울고 있어요?"

아내는 울먹이면서도 이내 기차표 문제를 얘기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다 그런식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그렇게 울 일이 아니에요."

차분하게 위로해주는 아주머님의 얘기에
아내도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 것 같았다.

어쨋건 우리는 골로 가야하니 기차표를 사자.
늘상 이런 일에 앞장서던 아내대신 이번엔 내가 나서야지.
잠시 줄을 서고 기다린 후 어제 우리에게 표를 팔았고
오늘 우리때문에 난처했던 직원과 다시 마주했다.

"제가 뭐 말할지 알죠?"

내가 씨익 웃자 그도 씨익 웃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으니...

"미안한데 골 가는 표가 매진됐어요."

헐...
당황스러웠지만 매진됐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골에 가는 방법은 버스 밖에 없으려나?
우선 숙소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자.

매표소를 나서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잠깐. 우리가 표를 사던 곳 이외에도 표를 살 수 있는 창구들이 있고
그 창구들 중 한 곳에는 Galle이라고 적혀있다.
저건 또 뭐지?
아직 기차 시각이 남았으니 알아보자.
이번엔 다시 아내가 나섰다.
잠시 창구에 가서 물어보던 아내왈 입석표를 파는 곳이고
골 가는 기차표도 판매중이라고 한다.
그렇다. 기존에 우리가 표를 사던 곳은 지정 좌석 표를 사는 곳이고
같은 목적지라도 입석 표를 사는 곳을 따로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외국인이다보니
안내원이 알려준 곳이 지정 좌석 매표소였나보다.
3등칸이면 어때. 기차표 구매 완료!
심지어 가격은 1인당 100 රු(800원).
만약 어제 1등칸을 샀다면 1인당 1000 රු인데...
(그리고 엉뚱한 바둘라행 표는 무려 1인당 1750 රු에 샀다. OTZ)
우리가 그동안 쓸데없이 비싼 돈 들이며 기차를 탔었구나.
이렇게 또 하나 배우게 된다.


옛날 우리네 지하철 표 같은 3등칸 표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기차표를 구했으니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골(더이상은 갈레라고 말하지 않으리)로 가자.

2016년 8월 20일 토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5 (2) : 뭔가를 하지 않아도 여행은 특별하다

콜롬보에 도착한 다음 다음날 Galle로 가는 기차표를 사고
(Galle을 읽는 방법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얘기하겠다.)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첫날에도 묵었던 City Rest Fort.

첫날에는 밤에 와서 새벽에 다시 떠났다보니
콜롬보 시내를 처음으로 제대로 구경한다.
콜롬보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16세기 이후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도시 답게
높고 큰 현대식 건물들 사이사이에
식민지 시절 지어졌을 멋들어진 근대 건축물들이 종종 보이네.
다만 가끔 보이는 관리가 안된 낡은 건물들과 녹슨 육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대변하듯 했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멋진 건물이 텅텅 비어있다

캔디에서와 마찬가지로 콜롬보에도 까마귀가 많았다

역 이름(Colombo Fort Station)과
숙소 이름(City Rest Fort) 모두 Fort가 들어있는데
이 곳이 행정 구역상 Fort에 속하기 때문이다.
(콜롬보 항도 이 지역에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Port인줄 알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근처 바닷가에 요새(Fort)가 있었는데
스리랑카가 만든 것이 아닌 네덜란드 통치자들이 지었던 것.
지금은 대통령 관저와 은행 본사들, 고급 호텔들이 모여있는
콜롬보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되어있다.
(그리고 지금은 요새가 남아있진 않다.)

숙소에 체크인 하고 짐을 넣어둔 후에 요새가 있던 해변으로 향했다.


바다를 향한 대포 유적이 이곳이 요새였음을 알려준다

5성호텔 임에도 10여만원에 숙박이 가능해서
한때 예약을 고민했던 킹스베리(Kingsbury) 호텔

대통령 관저


대통령 관저 맞은편인 Galle Face 해안


우리가 해변에 도착했을 때엔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서쪽 바다로 넘어가는 석양을 감상하자.


여의주를 입에 문 아내님...

아쉽게도 구름때문에 해가 수평선에 걸치는 모습을 찍지는 못했다

해가 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심상찮은 구름이 머리 위에 왔다.
우산을 숙소에 두고 왔는데 얼른 돌아가야겠다.



바삐 돌아가던 중 결국 소나기를 만났다.
그래도 다행히 킹스베리 호텔 근처까지 와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오는 비를 다 맞을뻔 했네.

얼마간 기다리니 비가 좀 멎어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약간 젖은 몸을 닦고 우산을 챙긴 후
저녁을 먹기 위해 페타(Pettah)로 향했다.
페타는 콜롬보 포트 역 주변지역인데
큰 시장과 버스 터미널때문에 상당히 번잡하다.
스리랑카에 도착한 첫날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로 가던 도중
콜롬보 포트 역 옆에 하천 위에 떠 있는 시장 가운데 식당을 봤었는데
마땅한 식당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던 중 첫날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플로팅 마켓(Pettah Floating Market)으로 향했다.


기차역 옆에 위치한 페타 지역 상점들

페타 플로팅 마켓 복판에 있는 식당

사실 물에서 악취가 약간 나긴했지만 수상 식당이라 분위기는 좋다



언제나 그렇듯 스리랑카 식당의 음식 양은 많았다.
와중에 이번 식당은 그닥 맛있지도 않아 꽤 남겼네.

식사를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며칠째 계속 이동하며 지내서인지 피곤이 조금 누적됐나 싶다.
내일은 휴양지로 내려가니 가서 푹 쉬자.


City Rest Fort 입구

2016년 8월 7일 일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5 (1) : 재회한 핸드폰의 비하인드 스토리

오늘은 점심 무렵에 콜롬보로 다시 돌아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캔디 호수를 내려다보며 아침식사를 하는데
Ajit 아저씨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당신들 운 좋았어요."

아내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나는 이내 그 뜻을 알았다.
어제 방에 곱게 놓여 있던 핸드폰은
우리를 기차역에 데려다줬던 뚝뚝이 기사가 가져다 준 것이었다.
심지어 근교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돌려주러 일부러 왔었다니 고맙기 이를 데가 없다.
(심지어 우리는 그 기사의 덩치와 무뚝뚝함에 오해하기까지 했다!)
Ajit 아저씨가 나중에 기차역으로 갈 때 그 기사를 다시 부르신다니
오늘은 뚝뚝이 비용에 사례비를 얹어서 줘야겠다.

Ajit 아저씨와 잃어버릴 뻔 했던 핸드폰 얘기를 하다가
인터넷 관련 얘기로 흘렀는데
(개인정보 해킹이니 뭐니 이런 얘기들...)
알고보니 아저씨는 IT관련 회사에서 일하시다가
퇴직하고 숙박업을 하시는 듯 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셨다고 하니 묘한 유대감이 생긴다.
(그런데 인터넷 빅브라더의 존재를 과하게 믿는 모습은
혹시나 너무 잘 아셔서일까? -_-a)

아침 식사 후, 기차 탈 시각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호수가에 가서 산책을 하자.



호수가에 있는 새들

뭔가 글자를 만들어뒀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못읽겠다

호수를 따라 걷다가 문득
불치사 뒤편에 국립 박물관이 있는게 생각났다.
거기 들렀다 오면 시간 때우기 딱 좋겠네.


인생은 시트콤...

박물관이 리노베이션 때문에 문을 닫았다. OTZ
그냥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Ajit 아저씨가 어제 그 뚝뚝이 기사가 오늘 못왔다고 해서
역에 갈때 전해주려고 했던 사례금은 Ajit 아저씨를 통해 주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고 친절했던 Ajit 아저씨와 Mala 아주머님,
건강하시고 Kandyan View Rest도 잘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Ajit 아저씨를 졸졸 쫓아다니던 Jack도 건강하길

기차역에 도착한 후 매점에서 사모사를 사먹으며 기다렸다.
플랫폼에서 기차탈 위치를 찾는데
한 잡상인 영감님이 다가온다.
당연히 호객행위를 위해 다가오신 줄 알았더니
우리가 2등칸 위치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 걸 보고는
어딘지 알려주기만 하고는 씨~ㄱ 웃으며 지나가신다.
고마워서 우리가 뭔가 사드려야할 것 같았지만
그 분은 싱할라어 신문을 파시는 지라
우리가 도저히 살만한 것은 아니었다. -_-;

잠시 후 기차가 도착했는데
2등칸 위치는 맞았지만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칸이 몇 있어서 허둥지둥.
어쨋건 무사히 자리에 앉았다.


기차역 앞에 있는 커다란 불상

어제 우리랑 헤어져 캔디 투어를 돌았을 내 핸드폰

이제 2시간 반 동안 기차를 타고 콜롬보로 돌아가자.
느릿느릿 덜컹덜컹 움직이는 기차가 이제는 익숙해져
잠들었다 눈을 뜨니 어느새 콜롬보에 다 와간다.
차에서 잠 잘 못이루는 아내는 심심했을텐데 살짝 미안하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