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차를 타고 Galle에 갈 예정이지만
어제 산 기차표에는 엉뚱하게 바둘라(Badulla)가 적혀있다.
(심지어 방향도 From Badulla To Colombo Fort로 되어있다.)
이전에 탄 기차표 중에서도 목적지 외의 장소가 표기된 적이 있었다만
그래도 뭔가 찜찜해서 다시 매표소로 향했다.
문제의 기차표 |
"이거 갈레(Galle) 가는 기차표 맞나요?"
그런데 어제도 뭔가 긴가민가 하는 거 같던 직원,
오늘도 갈레를 잘 못알아 듣겠다는 식이다.
아내는 몇 번을 다시 갈레를 반복하며
우리가 원하는 표가 아닌 거 같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저쪽의 반응은 여전히 어리둥절.
그때 뒤에 줄 서있던 한 현지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골(Galle)이라고 말해봐요."
그래서 다시 골이라고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직원이 알아 들었다.
"아~ 고~ㄹ."
사실 우리도 Galle의 발음이 갈레, 골 두가지가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그때문에 캔디에 있을 때 (숙소 주인장인) Ajit 아저씨한테
어떤게 맞는 발음이냐고 물어봤었는데
"원래 갈레가 맞는데 유럽인들이 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듣고는 그렇다면 원래 발음대로 읽어줘야지 했던 건데
문제는 우리가 갈레라고하니 역무원은 엘라(Ella)인 줄 알아들은 것.
(엘라는 바둘라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갈레를 어떻게 엘라라고 알아들었는지는 여전히 이해불가... -_-)
여하간 우리가 가진 표는 엉뚱한 표라는 것은 확실해졌다.
여기서 또 문제가 하나.
스리랑카 기차표는 구매 후 15분 안에만 반환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15분 내로 반환해도 1/4은 떼인다.)
이런 줄 알았으면 미리 확인 할 걸 |
아내가 (그쪽 잘못도 있지 않냐며) 따졌지만
역무원은 곤란해 하면서도 반환은 안된다였다.
그러자 아까 우리에게 골이라고 말해보라고 얘기했던 분이
이번에는 창구 안쪽의 높은 사람한테 얘기해보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결국 결론은 마찬가지. 반환 불가.
답답하고 속상했던 아내는 결국 울기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토닥이면서 달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본 한 아주머님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울고 있어요?"
아내는 울먹이면서도 이내 기차표 문제를 얘기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다 그런식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그렇게 울 일이 아니에요."
차분하게 위로해주는 아주머님의 얘기에
아내도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 것 같았다.
어쨋건 우리는 골로 가야하니 기차표를 사자.
늘상 이런 일에 앞장서던 아내대신 이번엔 내가 나서야지.
잠시 줄을 서고 기다린 후 어제 우리에게 표를 팔았고
오늘 우리때문에 난처했던 직원과 다시 마주했다.
"제가 뭐 말할지 알죠?"
내가 씨익 웃자 그도 씨익 웃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으니...
"미안한데 골 가는 표가 매진됐어요."
헐...
당황스러웠지만 매진됐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골에 가는 방법은 버스 밖에 없으려나?
우선 숙소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자.
매표소를 나서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잠깐. 우리가 표를 사던 곳 이외에도 표를 살 수 있는 창구들이 있고
그 창구들 중 한 곳에는 Galle이라고 적혀있다.
저건 또 뭐지?
아직 기차 시각이 남았으니 알아보자.
이번엔 다시 아내가 나섰다.
잠시 창구에 가서 물어보던 아내왈 입석표를 파는 곳이고
골 가는 기차표도 판매중이라고 한다.
그렇다. 기존에 우리가 표를 사던 곳은 지정 좌석 표를 사는 곳이고
같은 목적지라도 입석 표를 사는 곳을 따로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외국인이다보니
안내원이 알려준 곳이 지정 좌석 매표소였나보다.
3등칸이면 어때. 기차표 구매 완료!
심지어 가격은 1인당 100 රු(800원).
만약 어제 1등칸을 샀다면 1인당 1000 රු인데...
(그리고 엉뚱한 바둘라행 표는 무려 1인당 1750 රු에 샀다. OTZ)
우리가 그동안 쓸데없이 비싼 돈 들이며 기차를 탔었구나.
이렇게 또 하나 배우게 된다.
옛날 우리네 지하철 표 같은 3등칸 표 |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기차표를 구했으니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골(더이상은 갈레라고 말하지 않으리)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