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후쿠오카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후쿠오카에는 2시 정도에 도착하는데 호텔 체크인 시각은 3시.
시간이 남으니 드라이브나 더 할 겸 우미노나카미치(海の中道)로 가자.
후쿠오카 항의 앞바다에 있는 섬 시카시마(志賀島)와
본토의 사이토자키(西戸崎) 지역을 잇는 기다란 모래톱이 있는데
이 육계사주 지역에 난 도로가 우미노나카미치다.
말 그대로 바다 가운데 있는 도로.
아일랜드 시티를 지나 사이토자키의 우미노나카미치 공원을 지나면
양쪽이 바다로 둘러싸인 모래밭 위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번에 오면서 비행기가 후쿠오카 상공에 왔을 때
비행기 창 밖 아래쪽으로 이 곳이 내려다보였었는데
그걸 기억하신 아버지가 덕분에 와봤다고 좋아하신다.
아버지가 감상을 얘기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만큼 비행기에서 내려봤을 때 여기가 특이해 보이셨나보다.
우미노나카미치 공원도 5월의 아름다운 네모필라 밭 등으로 유명하며
후쿠오카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하더라만은
우린 그냥 드라이브가 목적이니 왔던 길 다시 되돌아가자.
우미노나카미치에서 다시 시내 중심가로 30여분 돌아와
미야코 호텔 하카타에 도착했다.
이젠 푹 쉬고 하카타 역에서 쇼핑하는게 주 일정이니
하카타 역 바로 옆에 있는 미야코 호텔이야 말로 최적의 장소.
우리는 렌터카를 반납한 후 하카타 역 앞을 돌아봤다.
휴일 낮이라 그런지 여러 팝업 스토어들도 있고 해서 구경하는데
마침 다이묘(大名) 소프트아이스크림 트럭이 보인다.
안그래도 기회되면 찾아가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해결하네.
한 시간 정도 쉬고나니 오늘 저녁 식사 예약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이번 식도락 여행의 화룡점정을 찍으러 갈 차례.
이틀전 들렀던 야끼니꾸집 유키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레스토랑 나가오카(日本料理 ながおか)로 가자.
이것도 오사사 TV에서 마츠다 부장이 추천한 식당. ㅋㅋㅋ
나가오카는 미슐랭 1스타를 받았던
일식 기반의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미슐랭 가이드 후쿠오카는 2019년만 특별판으로 나왔다.)
착석하고 나니 나가오카 쉐프는 우리가 어떻게 알고 왔는지를 물어본다.
유튜브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채널이라고 길게 설명하기도 힘드니
그냥 간단하게 유튜브 보고 알게 됐다고 하니까
단박에 마츠다 상? 이라며 물어보신다.
우리는 ㅋㅋㅋ 웃으며 박수치고 맞다고 얘기할 수 밖에.
어짜피 오마카세라 음식 주문은 따로 할 필요 없고
유일하게 술을 마시는 아내를 위해 술 주문만 따로 해야겠다.
맥주와 와인이 주종인 아내지만 일식 파인다이닝에 왔으니 오늘은 사케.
다만 혼자 마셔야하니 잔술로 주문하자.
| 추천을 받아 주문한 아내의 사케, 다이신슈 |
| 도미 오차즈케 |
| 땅두릅, 아스파라거스, 오리 |
| 죽순 튀김 |
| 도미와 샐러리가 들어간 미역국 |
| 조개류, 돌고기, 식초 젤리 |
| 벚나무 잎에 싼 회와 젓갈이 많이 들어간 간장 |
| 돌고기, 키조개 관자, 도미, 성게알, 생강 간장 |
| 참치, 전복, 생선 하나는 모르겠다;;; |
| 우리 네 식구가 먹을 솥밥 |
| 다진 고기 미소 국 |
| 발광 오징어 |
| 도미 머리 구이 |
| 남은 밥은 주먹밥으로 만들어준다 |
나가오카 쉐프는 초반에는 우리와도 얘기를 했으나
이후에 들어온 다른 일본인 손님들도 접대하느라 바쁘다.
대신 서빙하던 직원이 영어가 제법 유창하여 재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우리가 어떤 건지 잘 모르는 눈치면 위키피디아를 찾아서 보여주는 등
(많지는 않지만) 여태 다녀본 레스토랑 중에서도 가장 친절했다.
물론 음식들이 맛있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훌륭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어머니가 혹시나 젓가락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물어보셨으나
별도 주문 제작하는 거라 곤란하다고 한다.
딱 봐도 가격 좀 되는 젓가락이긴 한 듯.
하긴 이런 레스토랑이 아무 젓가락이나 쓰진 않겠지.
| 젓가락 위쪽에 나가오카라고 적혀있다 |
부모님 핑계로 즐긴 후쿠오카 미식 투어가 끝나간다.
(물론 아직 내일 점심이 남아있다.)
숙소로 돌아와 호텔 대욕장에 목욕을 하고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자.
PS. 부모님은 역시나 넉넉하게 후딱후딱 나오는 음식 체질.
뭘 자꾸 찔끔거리며 준다고 불만이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