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조금 사 먹긴 했지만 아직은 아쉬운 양.
브런치(라지만 사실상 점심)로 뭔가를 더 먹어야지.
여기는 프랑스 조계지이니 크레페를 먹으러 가면 딱이지.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라 크레페리(La creperie).
마침 앉아서 빵을 먹는 동안 비가 잦아들었으니
프랑스 조계지 건물 구경이나 하면서 걸어가보자.
중국식 다세대 가옥과 근대 서양식 저택이 뒤섞인 거리 |
이것은 공중전화인가 공중 와이파이인가... |
프랑스 조계지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우캉맨션(武康大楼) 앞을 우리도 지나가게 되었다.
1924년에 지어진 상하이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이자
영화 색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우캉 맨션은
범선 형태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독특한 모양새가
누구든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우캉 맨션 모양을 본딴 아이스크림도 있다던데... |
20분쯤 걸어 라 크레페리에 도착했다. 다행히 빈 좌석이 하나 남아 있네.
크레페 요리 하나만으론 아쉬우니 푸와그라도 추가해서 주문 완료.
수많은 요리로 유명한 중국에서 프랑스 요리를 먹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이 또한 상하이에 자리잡은 역사니까라고 변명을 해본다.
수탉 장식은 아마도 프랑스를 상징하기 때문에 있는 거겠지? |
이상하게도 주방을 보면서 여기가 중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도 여러 이국 음식을 먹었고
일본에 가서 프렌치를 먹어보기도 했고 그랬지만
내가 또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라 크레페리에서는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와이탄이나 조계지에서의 유럽식 근대 건물들 속에서도 그러지 않았는데
왜 여기서 유달리 이질감이 드는 걸까?
그런 묘한 환상속에 내가 빠져있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본아쁘티(Bon appétit)! |
맛있는 크레페로 오늘 오전 브런치 여정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나오면서 인증샷으로 사진 한 장을 찍을까나?
인도에서 마땅히 화각이 나오질 않아 차도 건너 맞은편으로 갔다.
그랬더니 이번엔 지나가는 차들이 문제.
그러다 결국 찰나의 타이밍을 잡아 찍기는 했는데......
너무 많은 걸 집어 넣으려다가 아내가 너무 작게 나온데다가 촛점도 안맞았다 -_-; |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의 다음 일정은 쇼핑.
예전부터 카메라 가방을 하나 사려고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제일 맘에 들었던 ZKIN이란 홍콩 브랜드의 지점이 상하이에 있더라.
(그리고 제일 맘에 들던 모델은 한국에서 구해지지 않는 상황)
그 상황을 알게 된 아내가 여행 때 가보자며 일정표에 넣어뒀다.
상하이 지점이 있는 주소를 찾아보니 큰 쇼핑몰 안에 있는 듯.
주소를 따라 찾아갔더니 대형 쇼핑몰 빌딩이 모여있는 지역이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마치 우리네 DDP 주변의 쇼핑몰들 같다.
큰 건물 속의 복잡한 작은 매장들을 지나 층을 올라가고
그런 후 주소에 나온 번호의 매장을 찾는데.........없다?
주소의 매장은 ZKIN 브랜드와는 아무 상관없는 의류 매장.
잘못 찾은 걸까 싶어서 다시 층을 샅샅이 뒤지고
심지어 혹시나 건물을 잘못 찾은 걸까 밖으로도 나와봤지만......
젠장. 주소가 잘못된 건지 매장이 없어진 건지 뭔지는 몰라도
우리가 헛걸음 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_-;
여행와서 시간만 버렸다는 허탈한 마음에 발이 안떨어지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그냥 돌아 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