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날 썰렁했던 닝허루(凝和路) 시장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부디 오늘은 어제처럼 썰렁하지 않기를.
9시 반쯤 되어 닝허루 시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전철에서 나오니 어제보다 눈에 띄게 사람이 많다.
역시나 북적거리는 시장에는 여러가지 먹거리들이 보이지만
상하이의 아침이라면 뭐라해도 요우티아오(油条)와 또우지앙(豆醤).
(사실 정확히는 상하이와 가까운 항저우 음식이다.)
요우이타오에는 재밌는 유래가 있는데
중국 남송시대의 명장 악비를 죽게 한 간신 진회를 저주하기 위해
사람들이 밀가루 반죽을 꼬아 튀겨 먹었다는 것.
(이 요우티아오가 저 멀리 스페인으로 전래되어 생겨난 음식이 츄로스.)
시장을 걷다보니 요우티아오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얼른 들어가자.
안되는 중국어 발음과 손짓 발짓으로 요우티아오와 또우지앙 주문하고
보다보니 순두부 같아 보이는 것도 있어서 추가 주문 완료.
위쪽의 기다란 빵 같은 것이 요우티아오 |
요우티아오는 단짝 또우지앙과 함께 |
아마도 순두부? |
요우티아오는 분명 단순한 밀가루 튀김인데
튀김 다운 고소함 외에도 아주 살짝 짭짤한 간이 있다.
그리고 달달한 두유인 또우지앙과 만나 단짠의 조화.
몇 백원 되지도 않는 음식들인데 요고 꽤 괜찮네.
두부 요리는 우리가 먹는 순두부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과
맵짠 초간장이 아닌 단짠 간장 소스가 특이하다.
간단하게 요기만 한 양이긴 해도 이렇게 먹고 고작 6.5元(약 1100원).
아침을 먹었으니 오늘의 관광을 시작해보자.
오늘은 3월 1일. 그리고 여기는 상하이.
그래서 너무나 뻔하게도 우리의 목적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유적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유적지가 있는 신천지(新天地 신티엔디)는
닝허루에서 걸어가면 30여분만에 갈 수 있는 곳인데
그런데 이걸 전철로 돌아돌아 갔더니 20여분이 걸렸네. -_-;
전철역 밖으로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한적한 신천지 길 한쪽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보인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 신천지 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유적지에만 사람들이 바글거리니 신기하다.
여하간 줄을 서고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해보자.
유적지 맞은편은 너무나도 현대적인 상가와 쇼핑몰 |
임시정부청사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만 구경해야 했다.
지금의 박물관은 원래의 정부청사와 별도 매입한 집 두 채를 합쳐서 만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내부를 생각하면
그 당시 이 곳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생활을 했을지...
(말이 집 3채지, 한 채의 면적 자체가 아주 협소하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박물관을 줄서서 밀려 들어가며 구경을 해야했기에
뭔가를 오래 살펴보기도 힘들어 15분만에 밖에 나오게 되었다.
우선 따뜻한 차 한 잔씩 마시며 몸을 녹였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
임시정부청사 바로 근처에 카페가 보이니 바로 들어가보자.
카페 정면에 영어 메뉴판이 있어서
레몬 커피라는 거와 백향과(패션 프룻) 차를 하나씩 주문은 했는데
자리에 앉고보니 옆에 한자로 적힌 커피 메뉴가 보인다.
나름 한자 좀 읽었던 사람인지라 해독을 해본다만
니카라과(尼加拉瓜), 하와이(夏威夷)까지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한자 읽기 도전 의식을 자극시키는 메뉴판 |
기묘한 레몬 커피나 패션프룻 티나 둘 다 신맛이 과해서
도전정신으로 시킨 메뉴는 죄다 실패.
그나마 신 거 잘 먹는 내가 적당히 마시다 버리기로......
다음 행선지는 점심식사를 할 아냥몐관(阿娘面馆)으로 가보자.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됐지만 양이 적었기도 했고
미슐랭 빕구르망에 여러번 등재된 집이라
줄을 서야 할 지도 모르니 얼른 가보자는 생각.
마침 아냥멘까지는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니 얼른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