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Gozo)에서 만났던 영감님 말씀에 따르면
이 동네의 사도 바울에 대한 신심이 남다르다더니
길 이름에도 세인트 폴이 들어있고
숙소 근처에는 사도 바울 예배당(Kappella ta San Pawl)과
그 앞에는 사도 바울 석상이 서 있었다.
숙소에서 1시간 정도를 쉬면서 저녁 먹을 레스토랑을 찾아봤다.
방에 있던 주변 안내 지도의 추천 식당들 중에서 아내가 고른 곳은
몰타 전통 요리 레스토랑인 타 스트링기(Ta' Stringi).
위치는 아까 갔었던 나샤르 번화가 쪽.
뭔가 왔다갔다 삽질하는 것 같지만 무시하자. -_-;
저녁 오픈 시각은 7시인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20여분이 남았다.
카페를 들르기도 애매하니 그냥 가게 근처에서 기다리자.
길 건너편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앞에 차 한대가 오더니
주차되어 있는 차를 향해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조용한 동네다보니 더욱 유난스럽게 들리는 경적소리.
아마도 주차 문제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10분 가까이 빵빵거렸지만 주차된 차의 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결국 포기했는지 경적은 그쳤고 이중주차를 하더니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리가 가려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그 주차 자리가 가게 주인 자리였나보다. -_-;;;
어쨋건 가게가 곧 문을 열 것 같으니 우리도 들어가볼까?
식당 건물은 45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
우리가 저녁 시간 첫 손님 |
샐러드랑 리조또랑 오리가슴살 요리 하나씩이면 되겠지?
그리고 아내를 위해 글래스 와인도 하나.
이번에야말로 몰타 와인 마셔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추천을 부탁했지만
종업원은 이번에도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행 후기에...)
우리가 소식가들이긴 해도 샐러드에 메인 2개가 얼마나 많겠나 했다만
요리가 나오고나니 상당한 양이라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리조또!
이건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절반도 못먹을 거 같았다. -_-;;;
체리 소스가 곁들어진 오리 가슴살은
시큼한 소스와 (가슴살 다운) 퍽퍽함 때문인지 아내 입에는 안맞았지만
(물론 나는 단백질이면 OK......)
달콤한 말린 토마토와 상큼한 생 토마토,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진 샐러드,
토마토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준 해산물 리조또는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너무 많아!!! (그리고 진짜 리조또는 반도 못먹었다. OTZ)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에게 치워달라고 하는데 미안할 지경.
우리는 배가 작은데 이렇게 양이 많은줄 몰랐다고 말했더니
몰타인들이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맛있게 먹었으면 됐다고 그런다.
종업원의 얘기를 들은 후 옆테이블을 잠시 봤더니
빅맥 2개 크기는 될 것 같은 버거를 아주머니 혼자서 드시고 계신다...;;;
몰타인들은 위대한 거 인정.
식사를 마치고 끝인줄 알았는데 서비스인지 정해진 코스인지
붉은 빛 액체가 담긴 조그만 술잔 2잔이 나왔다.
전통주라는 소개와 함께 나온 술에서는
새콤달콤한 맛, 진한 과일향과 함께 꽤 높은 알콜 도수가 느껴졌다.
(물론 나는 입만 대는 수준)
배불리 맛있게 먹었으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
가로등도 얼마 없어 어둡고 좁은 길이라 오가는 차를 조심해야겠다.
여행 막바지라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으니 오늘은 일찍 자자.
(이미 낮잠도 잤지만 추위와 저질 체력이 잠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