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5일 토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3 (2) : 졸지에 중국인 호구가 되다

불치사로 가던 도중 은행을 들렀다가 나오는데
믈레스나(Mlesna) 차를 판매하는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
스리랑카 홍차를 주로 다루는 브랜드로는
딜마(Dilmah), 아크바(Akbar), 믈레스나 등이 유명하다.

여행 가기 전에 홍차의 등급 명칭들을 알아보고 갔지만
포장 박스를 열심히 이래저래 봐도 뭐가 좋은 지를 잘 모르겠다.
직원에게 선물용 고급 차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추천 받은 것은 백차(White Tea).
양가 부모님들에게 드리기 위해 두 박스를 사자.

@ 홍차의 등급 명칭은 (고급->저급 순으로)
SFTGFOP (Super-fine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eo),
FTGFOP, TGFOP, GFOP, FOP, OP, P 등이 있다.
사실 FOP를 넘는 등급의 차는 구경하기도 힘들다.


믈레스나(Mlesna) 매장

이제 원래 가려던 불치사로 가자.
불치사(스리 달라다 말리가와 Sri Dalada Maligawa)는 이름 그대로
부처님(불 佛)의 이빨(치 齒)을 모신 사찰이다.
많지 않은 부처님의 진신사리 중에서도 뼈로된 사리는 단 두개 뿐인데
그 중 하나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 이 불치사다.
(나머지 하나는 중국 시안의 법문사)


불치사 입구

사찰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복장 검사를 한다.
내가 허리에 두른 아내의 숄은 무릎을 간당간당하게 덮고 있었고
경비는 이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를 붙잡고는 옷매무새를 고쳐줬다.




불교의 시작은 인도였지만 정작 인도에서는 힌두교가 대세가 되었고
밀려난 불교신자들이 자리 잡은 곳이 스리랑카라서
스리랑카로 성지순례를 오는 불교 신자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날 불치사 혹은 주변에서 만난 한국 승려분들도 여럿.
이제 사찰 안으로 들어가보자.
사찰은 외국인에게서만 입장료를 받고 있고 자국민들은 무료 입장이다.


건물 내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성소(shrine)

사찰의 계단 앞에는 항상 문 스톤(Moon Stone)이 있다

성소 지붕은 황금으로 된 연꽃 모양 캐노피가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저 지붕 바로 아래에 치아 사리가 보관되어 있다

1층을 잠시 둘러보고는 치아 사리 보관소가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리는 오전에 두번과 오후에 한번, 총 하루에 세번 공개된다.
하지만 우리가 들른 시각은 공개 3시간 전이라
그냥 성소만 둘러보고 가야겠다.


사리 보관소

사리 보관소 앞은 헌화하는 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

아직도 3시간 남은 사리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실은 공개되는 사리는 모조품이다.
매년 페라헤라 축제 때 치아사리를 옮기는 행사를 하는데
그것마저도 7년에 한번만 진품을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불과 몇십초 보지도 못한다)
모조품이라도 알현키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열성이 대단하다.
부처님의 치아사리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자존심과 같은 것인데
실제로 포르투갈의 침략으로 파괴될 뻔한 위기도
모조품을 이용해서 피했다고 한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성소 뒤편의 불당으로 향했다.
불당에는 부처님의 일생을 설명하는 그림들과 다양한 불상들이 있었다.
특히나 세계 각국에서 기증받은 불상들이 많다보니
불상들의 모양도 제각각이라 재미있는 모습.



불당 내는 불상이나 건물에 대한 촬영은 허용되지만
이를 배경삼아 자신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불당을 구경하고 나가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우리보고 따라오란다.
뭐지?
따라오라고 한 곳은 위 사진의 불상들 오른편 구석.
그리고 그 곳에는 기부금 받는 곳이 있었다. -_-;;;
꽃을 주면서 이 꽃을 헌화하고 기부금을 내면 된다고 한다. -_-;;;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차이니즈 머니 OK."

그렇다...그냥 호구도 아니고 중국인 호구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이거로 얼굴 붉히는 것도 우스우니
100 රු 기부하고 가자.

2016년 6월 11일 토요일

Jin과 Rage의 Sri Lanka 여행기 - 20160103 (1) : 스리랑카의 중심 캔디로 향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홍차와 전에 사놨던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헀다.
전날 같이 얘기를 나눴던 이탈리아와 터키에서 온 손님 두명은
마음이 맞았는지 같이 투어를 하러 나가네.
어제 우리가 살짝 언급을 해줬던 것 때문인지
Robert 아저씨의 투어 권유를 뿌리치고 버스 타러 걸어갔다.
(Robert 아저씨 미안.)

우리도 이제 캔디(Kandy) 가는 버스 타러 가야지.
Airbnb로 예약했던 숙소여서 숙박비를 낼 필요는 없었지만
어제 먹은 저녁 식사비는 계산해야지. 그런데...
아누라다푸라의 그 맛있던 라이스&커리+빵이 500 රු밖에 안했는데
그 볶음밥 2인분 가격이 700 රු(5600원)라니. -_-;;;
어쨋건 이제 Robert Inn과는 바이바이.

시계탑 근처 버스 정류소에서 캔디행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지나가던 한 청년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혹시 가이드 필요하세요?"
"네? 아 저희 지금 캔디로 갈거에요."
"아 그럼 저도 같이 따라 가서 가이드 해 드릴게요."

뭐지 이건? @_@
그리고 계속되는 그 청년의 얘기는 이러했다.
"전 자원봉사로 외국인 여행객들 가이드를 하고 있고 비용은 안받아요.
캔디는 제가 같이 가서 가이드 도와 드릴수 있고요.
스리랑카에는 여기 담불라에 Golden Temple이나
캔디에 불치사같이 불교 사원들이 많은데
65%의 불교 신자들과 그 외에 힌두교, 무슬림 신도들이 있답니다.
blah blah blah~"
아, 이 청년 내버려두면 끝도 없이 얘기할 거 같다. -_-;;;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에 잠시 혹하기도 했지만
아내와 둘이서 편하게 다니고 싶기도 했고
Robert Inn에서 당한 바가지 탓일까?
또 어떤 뒤통수를 칠 일이 생길까 싶어서
그냥 우리끼리 다니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이 청년은 알겠다며 선한 웃음과 함께 작별...을 바로 하진 않고
캔디 가는 버스를 확인까지 해주고 우리가 타는 걸 도와줬다.
괜히 좋은 사람의 호의를 거절한 느낌이라 조금은 찜찜하네.

담불라에서 캔디까지는 버스로 2시간.
오늘도 버스는 만원이었지만 우리는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다만 오늘은 에어컨 없는 버스네. -_-;

버스타고 2시간 정도 지나 캔디에 도달하니
큰 도시 답게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콜롬보에서도 못겪었던 교통체증을 캔디에서 경험하다

어쨋건 기사 아저씨의 운전 실력 덕에 (버스도 중앙선을 넘나든다...;;;)
크게 많이 지연되지 않고 캔디 버스 정류소에 도착했다.
이제 뚝뚝이 잡아타고 숙소로 가자.

"Kandyan View Rest로 가주세요"

숙소까지는 15분이 걸렸는데
거의 근처에 와서는 상당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했다.
그런데 무거운 짐을 싣고 가서 그런지 뚝뚝이가 올라가질 못해
결국은 내가 내려서 밀어야 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30분 경.
어쩌다보니 계속해서 얼리 체크인을 하게 되네.
그래도 여느 곳들과 마찬가지로 이 곳도 친절하게 맞이해준다.

아직 방이 준비가 덜 됐다며 기다려 달라던 주인 아저씨 아짓(Ajit)씨가
따라와 보라며 숙소 옥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옥상에 나와서 보니 아까의 오르막을 올라온 덕이 있다.


호수를 포함한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주인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 따가운 햇살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사진을 찍은 후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웰컴티를 마셨다.
이번 숙소의 홍차는 많이 쌉쌀하고 진해서 밀크티로 마시는게 좋구나.

차를 마시고 정리가 끝난 방에 짐을 옮겼다.
싼 방으로 예약했더니 Lakeview가 아닌 1층의 방이다만
그래도 방은 지금까지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호수는 로비나 옥상에서 실컷 볼 수 있으니 no matter.




짐을 옮겨두고는 다음날 탈 누와라 엘리야행 기차표 얘기를 했더니
아저씨가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을거라며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타블렛으로 알아보더니 예약이 안되는 거 같단다. -_-;
그럼 기차역부터 바로 가야겠네.
(아까 숙소 오기 전에 역부터 들를걸...)

기차역은 아까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가깝다.
뚝뚝이로 15분 거리긴 하지만 지금은 짐도 없으니
호수가를 따라 한번 걸어가보자.




캔디는 식민지가 되기 전 실론의 수도였던 도시다보니
불치사와 같은 중요 유적이 있으면서도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적인 곳이다.


불치사 바로 맞은편에 있는 Queen's Hotel

마치 유럽 어느 곳의 구시가 같은 느낌이 든다

캔디역 가는 길에서 만난 시장

캔디 경찰서. 건물이 아름답다

기차 역에 도착해서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했더니
누와라 엘리야 행은 당일날 사야지 예약이 안된다고 한다. -_-;
워낙 인기있는 노선이라서 표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냥 당일에 일찍 와서 사는 수 밖에 없네.
대신 모레 콜롬보 가는 기차표만 예약하자.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자.
더위 속에 걷다 보니 조금 지쳐서 굳이 맛집 같은 거 찾지 않고
(시내 중심지인) 시계탑 근처의 저렴한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1층은 빵과 쥬스를 팔고 2층이 식당인 곳들이 몇개 모여있었다


스리랑카에선 항상 양이 푸짐했다

대충 정하고 들어간 식당은 약간 지저분은 했지만
불과 540 රු(4300원)에 만족스러운 맛.
아누라다푸라까지 생각하면 전날 담불라에서 먹은 저녁이 더 억울하다.

식사를 끝낸 후 가게 1층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들고
이제 캔디의 가장 중요한 유적인 불치사로 가자.